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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롱 Jan 15. 2024

미역국을 먹는 자 VS 안 먹는 자

 어제는 큰 아이의 생일이었다. 아이에게 생일에 먹고 싶은 음식이 있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이 먹고 싶다고 했다.




 결혼 전, 남편은 절대 먹지 않는 음식으로 미역국을 꼽았다. 어렸을 때 고향(영종도) 갯가의 게를 집어서 그냥 씹어 먹을 정도로 해산물을 좋아한다는 사람인데 바다에서 나는 것 중 유일하게 안 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그래서 결혼 후 4년 동안 미역국을 끓여 본 적이 없다. 나는 미역국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남편이 안 먹는 음식을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에 끓이지 않았다.

 

 그런 우리 집에 미역국이 등장한 것은 둘째의 출산을 앞둔 날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은 출산 후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고 한 솥을 끓이신다. 첫째 출산 때도 산후조리를 해 주시며 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을 먹었고 둘째도 산후조리를 해 주신다 하여 내심 마음을 놓고 있었다. 우리 엄마의 산후조리를 위한 음식은 정말 맛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산후조리 음식에 덕을 본 사람이 하나 더 있었으니... 우리 첫째다.


 미역국을 절대 먹지 않는 아빠 덕에 먹어 본 적이 없던 아이였다. 그런데 동생이 태어나면서 엄마가 먹는 미역국을 같이 먹는데 너무 잘 먹는다! 국에 밥 말아먹기 좋아하는 아가는 그렇게 생후 21개월 만에 먹어본 미역국이 인생음식이 되었다.


 


 

 나의 미역국에는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미역, 멸치육수, 소고기, 참기름, 국간장, 멸치액젓이 재료의 전부다.  인터넷 검색 레시피에는 다진 마늘이 빠지지 않지만 맑은 국물에 다진 마늘은 국물이 지저분하게 보여 넣지 않는다. (이건 우리 엄마 레시피!)

 

 보글보글 끓으니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불 옆에서 기웃 거리는 큰 아이에게 국 간을 봐달라고 하며 종지에 국물을 담아 건넨다. 그러면 아이는 후후 불어가며 호로록 국물을 먹어 보고 엄지를 척 날려준다. 간단히 끓인 국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행복해진다.

어제 한 솥 끓여낸 소고기 미역국. 소분해서 냉동실로 들어간다.



  너는 동생 안 태어났으면 미역국 구경도 못했을 거야

 설마 그러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첫째가 미역국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매우 늦게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둘째는 미역국을 절대 먹지 않는다. 국물만 먹어보라고 해도 안 먹는다. 자기는 아빠를 닮아서 안 먹는단다. 둘째의 귀여운 거부 이유와 한번 먹어보라고 해도 온 인상을 찌푸리며 안 먹는 모습을 보면 회사 구내식당에서 미역국이 나온 날 남편의 얼굴이 저런 표정일까 싶다. 생김새부터 식성까지 골고루 섞어서 우리를 닮은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웃음이 난다.

 고작 4인가족에 입맛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항상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지는 우리 가족의 시간이 계속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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