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롱 Feb 08. 2024

이 책을 읽고 울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H 마트에서 울다


어디서 이 책에 관한 소개를 봤던건지, 

나의 휴대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읽고 싶은 책 목록 중 한 가지였다.

소설인 줄 알고 제목만 저장해 두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시작한 책은 자전적 에세이였다.



한국인의 기준으로 딸을 통제하며 키워 온 엄마를 견디지 못한 작가는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고 결국은 벗어났다. 



집과는 멀리 떨어진 대학으로 진학하여 음악을 하고 엄마도 조금씩 딸을 응원하기 시작하던 시점에

엄마는 췌장암 진단을 받는다.




단지 소화가 잘 되지 않았을 뿐인데, 췌장암이었다.



나는 병원에서 일을 한다. 작가가 엄마의 투병을 담담하게 적어 낸 것을 보고 병상에 있던 환자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고 마음이 아팠다. 


절박한 작가는 매일같이 엄마가 먹는 음식과 약, 약의 용량을 기록하고 엄마가 해 주었던 한국 음식을 생각하고 엄마에게 한국 음식을 해주려 한다. 또, 엄마를 기쁘게 하고 싶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자친구와의 결혼식도 올린다. 엄마는 딸의 결혼식을 보려는 듯 기적적으로 버텨 주었다.


엄마가 떠난 후, 작가는 엄마가 해 준 음식을 기억하고 만들어 간다.


엄마의 투병생활을 옆에서 지켜본 것에 대해서는 태연한 얼굴로 이야기할 수 있으나 H마트에서 낯 모르는 아이가 뻥튀기를 담은 비닐봉지를 양손에 하나씩 집어드는 모습에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린다는 작가. (P.12)


엄마가 돌아가신 후 집을 처분하며 시부모님의 집에 두었던 김치 냉장고의 김치통에서 발견한 작가의 사진들. 그 기록을 통해 엄마를 추억하는 시간을 가진다.





엄마는 나의 대리인이자 기록보관소였다. 엄마는 내 존재와 성장과정의 증거를 보존하려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내가 태어난 때, 결실을 맺지 못한 열망, 처음으로 읽은 책, 나의 모든 개성이 생겨난 과정, 온갖 불안과 작은 승리. 엄마는 비할 데 없는 관심으로 지칠 줄 모르고 헌신하면서 나를 지켜보았다. P.371


엄마는 항상 헌신적인, 애정어린(loving) 존재였다. 하지만 작가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비로소 엄마를 사랑스러운(lovely) 한 사람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며 나는 엄마가 없을 때 이렇게 엄마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엄마가 해 주던 음식. 엄마와 같이 갔던 곳. 엄마와 함께 본 영화. 엄마와 나눈 대화.


엄마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엄마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깨닫고 어느덧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가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엄마에 대한 기록을 차곡차곡 남겨가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야기는 우리를 몇 번이고 살게 할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