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일터: 삼척에서의 1년

파도, 갈매기 그리고 강원도

미리 짐작하지 못했던 만남이

우리 삶을 더 풍성하게 할 때가 있는 것처럼,


때로는 새로운 곳에서 일하는 시간이

나도 잘 몰랐던 내 모습을 드러나게 하기도 합니다.


2016년 겨울,

저는 척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직을 위해서,

채용 공고 리스트를 훑어보던 중

삼척에 있는 어떤 회사의 공고를 찾았습니다.


삼척. 삼척.

강원도 어디에 있는 도시라는 정도만 알았지,

달리 제대로 아는 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채용 공고에는

저를 잡아끄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주 4일제 근무와 바다.


주 4일만 일하면,

동해 바다 옆에서 주 3일을 쉴 수 있구나.


돈을 벌러 가는 것이지,

놀러 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래도 설렘은 있었습니다.


제 주변에 저의 선택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저는 떠나기로 했습니다.

강원도로.


그렇게 1년의 삼척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너를 포함하여 총 5명의 직원만 일하는

삼척 시내의, 어느 작은 사무실.


그래도 오너의 실력이 좋아서

사무실의 벌이는 괜찮았습니다.


그 당시 이 사무실의 오너는

주 5일은 서울에서, 주 2일은 삼척에서 었는데,

마음이 넉넉하고, 젠틀한 사람이었습니다.


오너는, 삼척에 오는 날이면,

자신의 차에 직원들을 태우고

바닷가 근처 맛집까지 직접 운전해서 갑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밥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도 하나씩 들고

해안도로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옵니다.

삼척에서 동해로 다니는 길

저는 주로 삼척 근처의 도시로 부지런히 다니면서

일을 했습니다.


강릉과 동해, 영월.

그리고 속초와 영덕.


사무실에서 60킬로미터 떨어진

강릉에서 일을 마치면,

경포대 근처에서 밥을 먹고,

마음이 내키면 바다를 한 번 둘러보고

삼척 사무실로 돌아옵니다.


영월에 가 길은 만만치 않습니다.

오고 가는데, 다섯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하천을 건너고, 깊은 산을 넘어

태백을 지나 영월까지.

강원도의 산은 조용하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영월에서 삼척으로 돌아오는 길

그때는 여자친구였던, 지금 아내와

여기저기 맛집을 찾아

돌아다녔던 추억도 가득합니다.


영월에서 닭강정 먹고,

강릉에서는 순두부짬뽕을,

동해 북평 오일장에서는

3천 원짜리 잔치국수와 메밀전병을 먹었습니다.


몹시 추웠던 어떤 날에는

삼척 바닷가 앞 우연히 찾은 어느 트럭에서

따뜻한 핫도그를 나누어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삼척에서 보낸 1년은,

제 삶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기억 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제가 삼척 이야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은 다들 의아하다는 반응이지만,

그러면 뭐 어떻습니까.


제가 경험한 삼척은 아름다웠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제법 친절했으며,

동해안 바닷가와 강원도 내륙 깊은 산골을 누비던

그 여정들은 꽤 멋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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