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화책을 모으는 이유

저는 만화책을 좋아합니다.

나이를 먹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30년 전부터 만화책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 드래곤볼을

정말 열심히 읽고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95년에는,

엄마를 따라간 서점에서

엄마가 슬램덩크 단행본 16권을

사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후에도 만화책에 대한 애정은 계속 이어져서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만화 동아리 활동도 했니다.


동아리에는 그림 솜씨부터 오락실 게임 실력까지

정말 대단한 내공을 가진 선배들이 많았습니다.

진짜 오타쿠의 교과서 같던 선배들이었는데,

그게 벌써 25년 전 추억입니다.


그리고 만 40살이 된 저는,

여전히 만화책을 사 모으고 있기도 합니다.

몇 달마다 두어 권씩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드래곤볼, 슬램덩크, 신부 이야기, H2를 모으는데

특히 H2는 일본어 원서로 모으고 있습니다.


사실 만화책을 한꺼번에 세트로 살 수도 있겠지만,

저는 하나하나 구색을 맞추어 가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조금씩 조금씩 모으고 있습니다.


한 권씩 컬렉션이 완성되어 갈 때마다

퍼즐을 맞춰가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실 이렇게 만화책을 모으는 것은,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어떤 시도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그 시절의 감수성을

지금 이 시점에서도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시도가 아닐까요?


회사를 다니고, 아버지가 되었지만

전 여전히 그때를 좋아합니다.


또래 친구들에 비하여 꽤 쪼들리게 보낸

어린 시절이었던 것 같은데

마음이 가난했던 기억보다는,

설레고 아련한 느낌이 더 많은 걸 보면

아마 우리 부모님이 저를 많이 아껴주셨나 봅니다.


드래곤볼, 슬램덩크와는 달리,

만화 신부 이야기는 사실 90년대 감성은 아닙니다.


신부 이야기는,

19세기 후반의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잔잔한 일상 만화인데


작가인 모리 카오루의 작화가

정말 압도적인 만화입니다.


제가 만화 신부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18세기 중앙아시아의 의복과 문화를

이렇게 아름답고 디테일하게 그려낸 작품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극적인 이야기는 거의 없고

이야기 하나하나가 따뜻하고 예쁩니다.


동화 같은 문화인류학 교과서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신부 이야기를 모으는 것은

사회과학도로서의 제 취향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만화책을 모으는 것은,

정말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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