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20년 전에 대학생활을 했습니다.
법학과로 입학해서
3학년을 마치고 사회학을 복수 전공했죠.
복수전공을 한 이유는 별 거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가
같은 대학 사회학과로 편입했는데,
함께 다니면서 몇 과목 듣다 보니
어느새 학점이 꽤 쌓였습니다.
사회학이란 과목이 싫지 않았고,
복수 전공한다고 딱히 나쁠 것도 없어서
그냥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나는 마음에 들어 하는)
사회학과 졸업생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20년 전의 대학생활은 어땠을까요?
지금과 많이 달랐을까요?
요즘 어린 대학생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공강 시간에는
동기들과 플스방에 가서 위닝 일레븐을 하고,
노스페이스 가방을 메고,
에어포스 신발과 커다란 후드티를 입고,
머리는 빡빡 밀고 다녔습니다.
전 힙합 스타일을 좋아했으니까요.
PC방에서는 디아블로 2, 스타, 피파를 하고,
토요일 저녁에는 박지성이 뛰는 맨유 경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때도 이디야에서 커피를 마셨고,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조별 과제를 했습니다.
인스타 대신 싸이월드를 했고,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를
다 따로 가지고 다녀야 했습니다.
번거로웠지만 그때는 그게 당연했어요.
단말기 하나에 모든 기능이 다 들어 있는 게
오히려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꽤 오랫동안 CD플레이어를 썼는데
사실 음악 듣는 건
개인적으로는 그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음악 듣기에는 LP가 가장 좋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 같은데, 존중합니다.)
공강 시간에 대학 캠퍼스 어느 조용한 공간에서
헤드폰을 쓰고
기다리고 있던 Common의 BE 앨범을
들었던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CD 플레이어에 CD를 넣고
리모컨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조용히 1번 트랙이 흘러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현악기가 연주되면서
힙합 특유의 비트가 시작됩니다.
그 일련의 과정이 연결되어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CD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소리,
그 순간에서 이어지는 기다림,
1번 트랙의 첫 악기가 처음으로 음을 내는 그 순간.
제 대학생활은 이러한 감성을
추구하고 누리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 그때도 알았습니다.
대학생활이 끝나면
이렇게 쓸데없는 짓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요.
그래서 대학생활 내내 쓸데없는데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팀을 짜서 공연을 하고,
법학 공부에 올인하는 대신
인류학과 가족사회학을 기웃거렸습니다.
그래서 제 대학생활에는 후회가 없습니다.
쓸데없는 짓을 실컷 했고,
그 시간들을 만회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매점에서 커피와 단팥빵을 사서
그걸 먹고 밤을 새우면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또 시험이 끝나면 피로에 너덜거리는 몸으로
휴식을 취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답을 잘 알지 못해서
여기저기 헤맸던 제20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부딪히느라
상처도 많이 났던 것 같은데
지금 되돌아보면 상처에 대한 생각보다는
그때가 참 좋았다, 열심이었다 이런 느낌이 듭니다.
다시 그렇게 살라고 하면,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고,
지금의 생활에 충실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것 같습니다.
그때가 좋았던 것처럼
지금도 제법 괜찮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