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공기_ 하나, 둘, 셋.
#. 밤_ 하나.
하나둘씩
집으로 들어간다.
밤공기는 부쩍 차가워졌고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경쾌하다 못해 조급하다.
팔짱을 끼고 몸을 움츠리고 하나둘씩 집으로 들어간다.
우연히 올려다 본 하늘엔
바람에 바삐 움직이는 하얀 구름들과 고요한 달.
머리 위 하늘을 열고 비스듬히 누운 나는
음악에 취해, 바람에 취해, 달빛에 취해,
쉽게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들어가기 아까운 이 밤.
#. 밤_ 둘.
밤에는
낮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선명하게 눈에 담긴다.
반짝반짝 빛나며
어울리지 않는 듯 어지럽게 널려있는 불빛들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빛난다.
나도 그 틈에 섞여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밤.
이 밤, 참 좋다.
#. 밤_ 셋.
그냥 그런 날이 있지 않나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밤에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무작정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은
그러한 밤.
지금이, 오늘이, 딱 그러한 밤.
밤 공기도 좋고, 밤 냄새도 좋고, 밤 하늘도 좋고,
가로등과 집집마다의 불빛도 좋고, 흐린 구름도 좋고, 이어폰에서 흐르는 음악도 좋고, 휘파람을 불며 동네 한바퀴, 두 바퀴,, 돌고 있는 나도 좋고,,
안 좋을게 없는 지금.
아파트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
나 지금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조차 좋은 지금
딱 좋은 지금,
오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