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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na쏘히 Sep 30. 2015

밤을 노래하네

밤 공기_ 하나, 둘, 셋.



#. 밤_ 하나.


하나둘씩
집으로 들어간다.

밤공기는 부쩍 차가워졌고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경쾌하다 못해 조급하다.
팔짱을 끼고 몸을 움츠리고 하나둘씩 집으로 들어간다.

우연히 올려다 본 하늘엔
바람에 바삐 움직이는 하얀 구름들과 고요한 달.

머리 위 하늘을 열고 비스듬히 누운 나는
음악에 취해, 바람에 취해, 달빛에 취해,
쉽게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들어가기 아까운 이 밤.




#. 밤_ 둘.


밤에는
낮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선명하게 눈에 담긴다.

반짝반짝 빛나며
어울리지 않는 듯 어지럽게 널려있는 불빛들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빛난다.

나도 그 틈에 섞여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밤.
이 밤, 참 좋다.




#. 밤_ 셋.


그냥 그런 날이 있지 않나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밤에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무작정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은
그러한 밤.

지금이, 오늘이, 딱 그러한 밤.

밤 공기도 좋고, 밤 냄새도 좋고, 밤 하늘도 좋고,
가로등과 집집마다의 불빛도 좋고, 흐린 구름도 좋고, 이어폰에서 흐르는 음악도 좋고, 휘파람을 불며 동네 한바퀴, 두 바퀴,, 돌고 있는 나도 좋고,,

안 좋을게 없는 지금.

아파트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
나 지금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조차 좋은 지금
딱 좋은 지금,

오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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