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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서 Aug 18. 2019

사람 좀 귀하게 여깁시다!

<그림 : 에드바르드 뭉크 - 귀가하는 노동자들 1913-915>

     해마다 여름이 절정에 이르면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실의 에어컨 문제>가 기사화되곤 한다.  에어컨을 켜고 일할 자유가 없는 사람들, 아파트 경비원 어르신들의 이야기이다. 

올해도 역시나 해당 아파트 주민들이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인터뷰가 올라와서 읽어보았다.  그 이유라고 해야 너무 조악하지만 말이다.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 단지에는 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요즘에도 2-3평 남짓한 경비실에 에어컨이 없답니다.  주민들은 자나 깨나 관리비 절약에 집중하시기 때문에 여름 3개월 동안은 고사하고 기온이 최고조에 달하는 8월 한 달 마저도 경비원들이 죽으면 죽었지 에어컨은 허락할 수없답니다.

주민의 인터뷰는 이렇습니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밖에 나가서 일을 안 해요." 

아뿔싸 이런 시각이었나요? 경비원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노예로 보는 시각이죠.  

우리는 언어에서 그 사람을 읽을 수 있잖아요.

여보세요, 당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사장님은 직원들이 일하지 않을까 봐 에어컨을 없애버렸습니까? 

영업사원이 밖에서 영업을 해야 하는데 사무실이 너~어~무 시원해서 외근을 하지 않냐고요.  

여보세요, 당신 아이들은 독서실이나 학원가는 길이 너~어~무 더워서 집 밖으로 나오지 않나요?  혹시 그래서 에어컨을 꺼두셨어요?


     누군가를 고용할 때는 단순히 월급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책상, 컴퓨터, 전화, 노트, 펜 등등 수없이 많은 물건들을 지급한다고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블루칼라에서도 안전모는 필수로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삼복더위를 지내는 경비원 분들에게 에어컨은 혹시 안전모가 아닐까요.

내가 어떤 일에 대가를 지불할 때 그 속에는 그 일을 하는 분의 존엄함도 함께 지켜드리겠다는 의미입니다.

해고당할까 봐 차라리 더운 것이 낫다는 그분들의 대답 속에 인간의 존엄함이 느껴지나요.

업무의 강도나 중요도에 따라 급여가 차등 지급되고 대우도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인간의 존엄함을 어떻게 무게추에 달 수 있겠습니까.  

에어컨은 인권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계시더군요.  저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업을 하고 부동산을 사고 소득을 올려 세금을 낼 때도 절세가 있고 탈세가 있잖아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적게 낼 수 있다면 절세야 말로 반드시 필요하고 공부해야 할 주제입니다.  그런데 돈이 아까워서 내가 거둔 수익의 일정한 세금을 의도적으로 삼켜버린다면 즉, 탈세를 한다면 법적으로도 문제겠지만 우리가 허용한 사회 가치에 타당한 것일까요.

 



최근에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겪은 일입니다. 물건을 배송하는 일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유통, 소매업에서 배송직원의 몸 상태는 오너가 반드시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배송직원 몸이 아프다는 것은 대체인력을 제때에 공급해야 하는 오너로서는 리스크 관리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이곳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쌀 20킬로에 달하는 무게까지 다양합니다.  그동안은 물건들을 비닐봉지에 나누어 담아 배송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동이 쉬웠습니다.  그런데 변화가 생겨버립니다.  바로 지난 4월부터 환경보호의 일환으로 165 제곱미터 이상의 매장에서는 비닐봉지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안이 적용되기 시작한 거죠.  물론 종이 박스도 쉽게 구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비용이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해당 직원은 가능하면 많은 물건을 한 박스에 담으려고 하고 그것을 들고 이동하려니 몸에 무리가 오게 되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작년 초에 배송직원 한분이 개인 사유로 퇴사 한 이후 직원이 충원되지 않았습니다. 마침 경기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 이유로 추가 인원을 대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머지 직원의 업무량은 줄지 않았습니다.  매출 감소가 직원 1인의 업무량만큼 비례해서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혼자서 두 사람의 일을 1년 이상하다 보니 게다가 비닐봉지가 아닌 박스로 들다 보니 담당 직원의 몸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몇 번이나 직원들의 상황을 포함 여러 가지를 오너에게 알리고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결국, 오피셜 하게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이 공론화되었고 8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직원을 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오너의 대답이 바뀝니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알바 직원 구인이 부담스럽답니다.  

자, 일주일에 5일 근무인데 15시간 이하로 아르바이트생을 구해야 한다면 1일당 3시간 5일째 되는 날에는 2시간을 써야 14시간이 돼서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알바 직원은 하루에 25,050원, 5일째 날에는 16,700원의 수입이 생깁니다.  

주 5일이면 116,900원이니 과연 지원자가 있을까요?  의문이 듭니다.  

매출이 줄어들었으니 오너의 마음 십분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2일 정도만 고용하면 어떤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머뭇머뭇거린 후 이번에도 저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오너가 직접 구인 담당 직원에게 얘기하겠다고 해서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1주일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중간 체크를 하니 구인을 한 적이 없더라고요.  

매출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작지 않은 매출이고 직원도 자연스레 줄었기 때문에 오너 입장에서는 사실 큰 타격이 아닙니다. 스스로도 그렇게 말을 했고요.  결국 배송 직원은 피로 누적 등으로 지내는 와중에 물건을 들다 삐끗해서 허리를 다쳤습니다.  며칠 동안은 몸을 굽혀 의자에 앉는 것조차 어려워하더군요.

결국 구인 사이트에 내용을 올렸는데 몇 가지 이유로 구인은 다시 1주일이 걸렸습니다.  

한번 생각해 봅니다.  처음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2-3주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만 미루고 미룬 결과 1주일가량의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상황이 되었고 오너는 비용을 아끼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너는 위너일까요?

직원으로서, 앞으로 다시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필요가 있을 때는 위의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고 두 번을 제안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자영업의 위기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앞으로 더 심해질 거라고 예측하는 기사도 많이 나오고 있죠.   많은 분들이 아르바이트생보다 더 적은 수입에 월세 걱정까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죠. 이런 기사는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왜냐하면 저를 포함해서 직장생활을 하는 거의 대부분은 어떤 형태로는 자영업으로 이동하게 될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가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현장에서 찾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이 많고 오너에게 제언을 자주 하는 이유입니다.   

비용을 줄이는 것은 업체 규모를 떠나 당연한 것입니다.  위의 세금 절세의 경우와 마찬가지이죠.  

그런데 그 비용 줄임이 과다해서 그 결과가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과중된다면 문제가 됩니다.  절대로 해결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오히려 사업규모만 축소하는 결과를 주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작아지는 길로 걸어가는 겁니다.  생각의 확장이 없기 때문에 시도의 빈도도 줄어들기 때문이죠.



 

    자본주의 사회를 외치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저 사람 걱정할 필요 없어, 자기가 받는 만큼 선택한 만큼 일을 하는 건데 왜 동정이나 연민을 보여야 하는 거지?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라며 큰소리치는 분들 많습니다.

내가 고용한 사람이라고, 직장에서는 업무에 충실해야 하니 개인적인 일은 알아서 해야지 직장에 부담을 주는 것은 곤란하지.  그 개인적인 일이 업무와 관련되어도 말입니다.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히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인간이 인간의 존엄마저 무너트리는 이유를 자본주의 탓으로 돌리는 비겁한 변명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제가 항변합니다.  자본주의는 좋은 것이다.  그렇다 해도  세상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하고 자본주의도 폐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문을 공부하고 철학을 공부하고, 명상하며 뒤돌아 보는 것이 아닌가 라고요.

어떤 시스템이든 그것을 만들고 운영하고 바꾸는 것은 인간입니다.  그래서 사람중심이라는 말이 나왔고요.

업무의 가치 이상을 지불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업무의 종사자의 존엄을 헤치지 말라는 말입니다.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

알바 구해주세요.

더 중요한 것, 해당 종사원과 대화하세요, 그냥 '말' 아니고 '대화'를 하시라고요.

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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