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 고독이란 놈이구나
새벽녘에 찾아와
내 발 밑에 웅크리고 앉아
한시도 떼지 않고 노려보던 눈
무리가 놀던 호수가를 서성이다
마침내 어울리려고 도약하던
수많은 파노라마 너머
남천 한그루가 빨간 열매를 내뱉으려던
바로 그때에도
뒤통수를 잡아끌던 그 눈
낙심하며 토해낸 숨 뒤로 오한이 돌고
돌아는 가지만 패배는 아니야
아직은 너를 버릴 비책이 없어
오도마니 일어나 앉아
그 눈을 상대해
피할 수 없다면 진격만 남을 뿐
이제는 각오해 내가 앉았어
오기 서린 눈발은 침묵을 삼키고
한 입을 크게 벌려 너를 소화시키면
다시 누워
남천 보러 갈 거야
나는 다시 누워
남천 보러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