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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서 Jun 01. 2024

실패 한 알




나는 오늘도 실패 한 알을 삼켜요

너울거리는 햇살 따라

바람이 머리채를 경쾌하게 흔드는 날

창 너머 앉아 커피 한 모금 입에 물고

익숙한 듯 재빨리 털어 넣어요


잘하지 못해도 꾸준하면 된다지만

살리에르가 욕망만 있는 이인자인가요

모차르트가 꾸준하기만 맹꽁인가요

내게 없는 재능을 탓하면

핑계만 대는 게으름뱅인가요


오 분짜리 심리학자 말에

쌓아 놓은 관계를 정리하다 보니

집안 물건 버리듯

셋 보다는 둘

둘 보다는 하나

혼자되는 것이 세련된 현대인이라고

의심도 하지 않네요


나는 이제 귀 기울이는 법을 잊어가고 있어요

무엇보다 큰 귀를 갖고 싶었지만

돌아 앉아 혼자된 당신을 보며

자꾸만 작아지고 있어요


그래도 실패할 거예요

그까지 껏

다음번 멈출 수 없는 시도 앞에

혹시 당신이 있을지 모르지요

그때는 부디 용기 내 주세요

그때는 부디 용기 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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