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홈스테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자원봉사가 없는 것 같았다. 40일을 함께 지내면서 주중에는 아침과 저녁, 주말에는 삼시 세끼를 제공해야 하고 첫날과 마지막날 픽업과 샌딩을 해야 하는데 지원금이 이렇게 적다니 신청을 해 놓고도 계속 취소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봉사였다면 차라리 괜찮았을 텐데, 그렇다고 홈스테이로 돈을 벌겠다고 한 것도 아니면서 누가 올지 상대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확실히 노력에 대한 보상이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은 마음속에 불편하게 남아있었다. 게다가 집안일을 맡아서 하시는 어머니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로 퇴원하시고 채 한 달이 안되었기 때문에 고민은 더 깊어졌다.
그럼에도 끝내 취소를 하지 않는 이유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있었던 미련 때문이었다. 언제든 꼭 해보고 싶었고 이번이 아니면 다시 시도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4월 어느 날 SNS 타임라인에 홈스테이 가족을 모집하는 광고 하나가 떴다. 그전에도 몇 번 본 적은 있는데 그저 화면을 재빠르게 처리하면서 스쳐 보낼 정도로 별 관심이 없었다. 눈에 자주 뜨이면 이것도 뇌에 박히는지 그날은 나도 모르게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에 방문을 했다.
홈페이지는 특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등록된 호스트 가정 사진들도 거의 10년 전 것들이고 신규활동도 업데이트되지 않아서 금방 나오게 되었다. 그럼에도 어느 날 다시 보게 된 모집 광고에 덧글을 하나 달게 되었고 그렇게 구글폼으로 참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신청을 해 놓고도 '아니면 말지 뭐' 아무렇게나 생각을 하고 있는데 1주일 후에 전화가 걸려왔다. 직원은 간단한 소개와 신청에 대한 감사인사 그리고 처음 가입이니 만큼 우리 집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센터에서 내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가 학생이 다니게 될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 때문인데 직접 대중교통을 타고 오면서 사전 체크를 하고 학생이 머물게 될 방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이 단체도 믿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낯선 사람이 찾아와서 집안 여기저기를 훑어본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거절을 못하고 알겠다고 했는데 지정한 날 직원 두 분이 집으로 찾아오셨다. 해당 학교에서 우리 집에 오는 방법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 가장 접근성이 좋은 루트를 한 분씩 타고 도착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행히 자신들이 요구하는 통학시간과 집안 등 조건이 맞다고 어느 학생이 오게 될지 체크인 며칠 전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떠나셨다.
사실 나는 홈스테이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아주 옛날부터 가지고 있었다.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다양한 숙박형태를 경험했는데 돈이 많이 없던 시절이라 대부분 저가 숙소였다. 그럼에도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부엌과 화장실, 샤워실을 공동으로 쓰긴 하지만 수영장이 있는 경우도 있고 꽤 괜찮은 bar나 식당 등을 구비하고 있어서 소박한 여행자들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곤 했었다. 그중에서 물론 홈스테이도 있었는데 말은 짧은 어학연수 형태였지만 그저 놀고 즐기는 시간 동안 머물렀던 현지인 가정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그리고 잠재의식 속에 나도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 경험이 내가 홈스테이 호스트를 신청하게 된 배경이다.
침대와 책상 그리고 에어컨이 설치된 방을 게스트룸으로 쓰기로 했다. 하필 더위가 정점에 다다를 때 한국에 머물게 된 학생은 그야말로 핫하고 끈적한 여름을 보내게 될 것이었다.
센터에 내가 호스트임을 정식 등록하고 방 사진과 화장실, 거실 등 호스트가 사용하게 될 공간 사진을 보냈다.
이게 뭐라고 숨어 살던 사람이 세상으로 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묘했다.
호스트가 집에 도착하기 일주일 전, 학생의 자기소개서와 센터와 학교에서 진행하게 될 스케줄이 도착했다. 인도계 미국인 2세이다. 자기소개서에는 가족들 이야기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참여했던 활동 그리고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학생 개인적인 특징적으로 강아지 털 알레르기와 소고기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주로 집안일을 하시는 어머니가 영어를 못하시기 때문에 인사와 좋고 싫음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한국어 실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센터에서는 학생의 한국어 실력은 초급에서 중급 사이라고 알려주었고 쳇 GPT를 이용하면 소통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처음부터 쳇 GPT가 있으면 언어 실력이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사람 간의 대화인데 무조건 도구를 빌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드디어 학생이 도착하는 날이 되었다.
처음 경험하는 홈스테이 호스트 역할이 40일씩이나 된다니 잔뜩 긴장이 되어 어깨가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