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서 Sep 20. 2020

운명(運命) - 1

사주가 좋지 않다는 사람 입장에서 



'운명'을 믿으십니까?  

당신은 어떤 사건 특히 고통을 동반한 불행을 만났을 때 이것은 '운명이니 어쩔 수 없어'라고 

받아들이는 편입니까?  마치 태풍 매미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면서 말이죠.

아, 그런데 태풍은 어느 정도 세력을 예측할 수 있군요.  

사실 나는 사주로 표현되는 <운명>을 미리 알고 예측할 수 있을지 늘 의심합니다.

솔직히 운명이라는 말은 믿지않습니다.  혹시 의심하는 사람으로 결정된 사람일까요?  

이렇게까지 생각하면 혼자 쓴웃음이 나옵니다.

물론 가끔 의미 없이 툭툭 뱉는 말속에 "~ 이렇대"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 한적도 많이 있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그런 말투는 칼 융이 말한 <원형>이 되어 나의 DNA 속에 박혀있어서 그럴 겁니다.


얼마 전에 친구가 식구들 사주를 보고 왔노라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눈빛만 보아도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고 왔다는 짐작을 할 수 있었죠.

물론 서두에 이런 말도 합니다.  "내가 용하다는 철학원에 다녀왔는데 정말 용하더라."

음,,, 나의 짐작을 아주 박제해 버리는 표현입니다.  

저는 다시 한번 몸을 가까이 기울여 그 기쁜 내용을 듣기 위해 밝은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철학원, 신점, 사찰 등 용하다는 곳을 다니며 <사주, 운명>을 알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다니셨습니다.  좋은 내용이야 그렇지만 불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자꾸 돈을 쓰는 모습이 안타까워 말다툼을 한적도 있습니다.

게다가 같은 내용을 두 곳에서 전혀 다르게 얘기한다는 말을 들으니 더 화가 더 났었습니다.

저의 항변은 "같은 사주인데 왜 다르게 나와? 그 돈을 왜 쓰고 다니는지 이해가 않가요" 

늘 이런 식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잘하고 용하다는 철학원이나 점집, 타로카드 집을 찾아다니며 

나의 미래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지출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하하 있으시겠지요?


운명(運命)의 사전적 정의를 위키백과사전에서 찾으면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천체의 궤도와 같이 이탈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상태라는 말입니다.

또 두 글자를 따로 풀이해 보면  '운'은 옮기다, 운전하다, (영향이나 작용이 대상에) 미치다 이며

명은 목숨 명입니다.  즉 '영향이나 작용 등이 인간 목숨에 영향을 미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원인이 되는 '운' 즉 '사주'를 생각해 보면 고개가 갸웃둥해집니다.   

사주인 태어난 '해, 달, 일, 시'의 기운이 자신의 삶 즉 궤도를 결정한다는 것인데,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양수 밖으로 나갈 시기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여기에서 다시 전생이나 윤회와 같은 단어가 등장하고 더 크게는 이 생애의 궤도를 벗어나 자신의 우주적

시간대의 궤적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얘기가 너무 방대해지고 자칫 내용이 산으로 갈 수 있으니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이들은 명리학이나 불교 교리 등을 공부하여 존재의 원인을 찾기도 하지만 나처럼 운명론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은 주위에서 쉽게 듣게 되는 "누구는 어떻고 그래서 그랬데."와 같은 이야기를

그저 '가십' 거리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운명론>을 따르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나 하는 것이죠.

<나>는 전생에 대한 기억이 없고 내가 태어날 시기를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주어진 운>에 따라서

살아야 한다는 것, 내가 살고 있는 길이 주어진 것이라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면 말입니다.

물론 운이 좋아 출세, 명예, 권력, 애정 등등의 운을 가진 사람들이야 자신의 시간을 즐기면 될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요, 사실 나도 억울한 사람이죠.


나는 정해져 있어, 이 생애야 어쩔 수 없지만 다음 생애를 위해 좋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다음 생애가 아주 나쁠 거야.  

오 마이 갓, 내가 모르는 세상 때문에 이번 생애가 우울하고 자칫 다음 생애는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논리는 무엇인가요.  역시 윤회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사실 불교 탄생지인 인도에는 윤회가 없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아, 불교가 힌두교의 땅에서 탄생했으니 수없이 재 탄생되는 시바신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을 듯합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좋지 않은 사주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에게 이번 세상은 '투르먼 쇼'처럼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망갈 수 없는 <트랩> 같은 것일까. 

확률적으로 100% 나쁜 사주는 없다고 한다면 70대 30 혹은 80대 20은 어떨까요.  

물론 나쁜 운의 숫자가 더 큰 경우를 말합니다.


 마리오네트를 생각해 봅니다.  무대 위에서 나의 끈을 잡고 있는 절대자에게 모든 움직임과 그 결과가

결정되죠.  어쩌다 끊어진다고 해도 자신의 발로 걸어본 적이 없는 마리오네트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세트장에 <놓여 있는> 스스로 호흡이 가능한 인형인 셈입니다.


                                                                                                                                            - 계속 


당분간 이 생각을 오래 할 듯싶습니다.  

오래된 생각인 만큼 이번엔 결론을 내리고 싶어서 생각나는 대로 계속 이어서 글을 쓸 예정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