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서 Nov 22. 2020

성형! 그 닿을 수 없는 추상

내게 성형이란


나의 청소년기 외모를 생각해 보면 쌍꺼풀 없이 양 옆으로 길게 찢어진 눈과 강원도 대관령만큼 높은 광대, 그 아래 완만하게 수직 하강한 볼을 가진 나름 입체감 있는 얼굴이었다.  입술은 얇지만 탐나게 붉어서 앤젤리나 졸리와 완전히 다른 나름대로 입술계에 획을 긋는 확고한 스타일이었다.  어디를 가던지 동그란 얼굴은 귀여움을 샀고 입술은 앵두 같다며 칭찬을 들었다.  엄마는 너를 그렇게 낳은 것은 나의 훌륭함 때문이라며 은근히 으스대곤 했지만 쌍꺼풀을 들이대며 "이건 어쩔 건데?"라고 물으면 확실하게 "개성"이라고 쐐기를 박으셨다.

그러니까 우리 집 DNA는 동그란 그것도 정말 동그란 얼굴형인데 자식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은 엄마 당신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서 절대 타협이 없었다.


 그 이름은 "썸데이"

 

내가 턱을 깎는다고 연예인처럼 완벽한 V라인이 될까?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보다 타인의 그것을 욕망한다고 한다.  몸은 마른 체형인데 얼굴이 동그래서 살이 쪘다는 오해를 많이 받다 보니 V라인은 내 인생 소망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 이유로 날씬한 턱선을 가진 친구들을 보면 언제나 내 마음의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었다.  그 이름은 "썸데이".  

V라인 수술, 일명 양악수술은 많은 위험이 있는 수술이라고 한다.  수술에 성공한 동료직원은 자신의 경험담을 기분 좋게 추임새까지 넣어 설명한다.  "이게 진짜 위험한 수술이래.  게다가 자리잡기까지 엄청 아파서 꼭 지옥에 있는 느낌이었다고. 호호"  그러면서 거울을 슬쩍 본다.  내가 보기에도 이미지가 완전히 변해서 이성들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얼굴이 되었다.  솔직히 부러웠다, 어떻게 저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대화가 끝나고 화장실에 가서 새삼스레 거울을 보았다.  얼굴형뿐이겠는가, 앵두 같다던 입술과 코 그리고 쌍꺼풀...   미인형도 트렌드가 있다는데 나는 조선시대에서 이마에 쪽지고 불쑥 달력을 탈출한 미인형이다.  그래도 '미인형'이라는 단어는 포기할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성형외과를 찾아도 수십 번은 갔을 텐데, 내게는 다른 종류의 걱정 더 있다.  바로 주사와 수술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달라진 낯선 내 모습이다.  아무리 예뻐진다 해도 병원을 마트나 백화점 다니듯 들어갈 수 없는 노릇이다.  고통에 대한 각오, 실패에 대한 각오, 이런 것들이 계속될지 모른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요즘 앱으로 가상 성형을 경험할 수 있다는데 그것이 아니라도 가끔 상상을 해보곤 한다.  내 얼굴형이 V라인 일 때, 눈이 커졌을 때, 꺼진 이마가 없는 모습, 도톰한 입술, 탱탱하고 윤기 있는 피부 등등.  어느 가수는 성형에 대한 질문에 "요즘 성형 안 하는 사람도 있어요?"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만큼 일반화되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지만 나는 아직 물리적인 수술과 달라졌을 나의 모습에 대한 두려움으로 <성형>과 거리를 두고 있다.  가끔은 대범한(나의 기준)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역시 나인 것을.


대안은 있다.


요즘 TV 프로그램에서 30대 후반 이상의 출연자들이 나올 때면 얼굴을 자세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그들의 젊을 때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미래의 내 얼굴을 상상하는 것이다.  물론 엄마의 얼굴이 내 미래 얼굴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살펴서 나쁜 건 없으니까 말이다.  그들 중 일부는 큰 성형 없이 나이 드는 분들이 있어서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어디까지를 성형이라고 하는지 일테면 주사 몇 방 맞는 것도 성형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절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할 수 없다.  불현듯 용기가 생기고 달라진 내 모습이 궁금해지면 예약을 잡고 시술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현재는 가능하면 지금 이대로 나이 들고 싶다.  단점을 보완하기 어려울 테니 받아들이도록 애쓰고 싶다.  내게는 차라리 그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성형,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단어이다.  


<이우환 작가님의 점, 선>

    

작가의 이전글 농산물 직거래의 어려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