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은 내 거!
폐쇄적이다.
매뉴얼대로 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융통성이 부족하다. 흔히 말하는 법대로, 아니 규정대로 해야 하고 서류를 수년 동안 보관해야 하다 보니 민원인의 편의는 봐주기 어렵다.
그런데 이게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독립적이다.
국가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니 국가가 고용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일반 회사와 달리 윗사람 눈치를 많이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급수가 높은 직원이나 팀장, 동장의 지시를 받는다 할지라도 그들이 생사여탈권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자유롭다.
나는 방금 폐쇄적이기도 하고 자유롭기도 하다고 말했다. 모순이지만 사실이다.
밥이 문제였다.
아침을 저녁처럼 많이 먹어서 점심은 커피와 빵 등으로 간단하게 해결한 지 오래되었는데 구내식당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밥은 부담스럽다고 외부에서 점심을 해결하겠다는 내 의지는 무너졌다. 담당자는 안 된다는 대답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그래 먹자. 먹지 뭐." 알겠다고 얘기하고 식당에 갔는데 그날따라 음식이 형편없었다. 신문 기사에서 다룰 수 있을 정도라서 여기에 올리지는 않겠지만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게다가 식권을 사서 먹고 싶은 날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달 선결재였다.
"그래도 먹어야 한다면 먹지 뭐."
그날 팀장님과 커피를 마시면서 지나가는 말로 점심 얘기를 했다.
"우리에겐 밥을 선택할 자유 정도는 있어요."라며 당장 나를 명단에서 빼 주었다. 그때부터다.
쥐가 쌀 포대를 조금씩 갉아먹듯 말투, 표정,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과 비교하면 더 크게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매일, 매 시간 '당신은 너무 불편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태도를 만나야 했다.
남자들의 군대 용어를 빌리면 나는 '빠진 사람'이다.
급식을 먹지 않고 커피 포트 들고 전망 좋은 탄천 벤치에서 조용히 쉬다가 사무실로 복귀했다.
일은 정말 열심히 했다. 화장실에 가는 5분 내외 한 두 번을 제외하고는 머리를 서류철에 콕 박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했다. 그래서인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아주 조금 바뀌는가 싶기도 했는데 서류 작업이 끝나고 다시 원상 복귀되었다. 오히려 입 소문을 타고 주변으로 민들레 홀씨처럼 번져갔다.
그러나 그다음 달도 나는 탄천으로 갔다.
이쯤 되면 자발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