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았다.
커피를 사이에 둔 대화든
전화 통화든
말을 많이 하면 20% 정도는 쓸데없는 이야기 거나
하지 않아야 될 것들이다.
쓸데없는 얘기는 시간 낭비 정도로 마무리되지만
하지 말아야 할 얘기들은 문제가 다르다.
괜스레 상대의 사정에 깊이 개입한다거나
이야기의 사족이 순식간에 바이러스처럼 퍼져버리거나
가족, 옆사람, 우연히 만난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인구밀도를 높이기도 하고.
대화가 끝나면
어느 부분이 잘려나가 내 뒤통수를 냅다 쳐버린다.
오늘도 그랬다.
처음에는 상대방 이야기를 듣고 조심조심 선을 넘지 않으며 제법 괜찮았는데
뱃속에서 알 수 없는 힘이 생기더니
그 20%를 만들어 버렸다.
상대방은 웃으며 다 들어줬다.
그래서 더 무섭다.
그런 날은
긴장으로 다리가 땅에 딱 붙어버린다.
나, 오늘,
삭제되는 거 아닐까.
그렇지 않아도 단출한 전화번호부
오늘 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