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고도 낯선

Editor's Letter #6

by 브리크매거진

브리크 에디터들은 9시 반에 출근해 6시 반에 퇴근합니다. 가장 붐비는 9시에서 살짝 빗겨난 시간, 그 삼십 분의 차이는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꿉니다. 줄어든 인파 덕에 발걸음은 다소 여유로워지고, 시야의 폭도 달라집니다. 이런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뭔가가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저 일상의 풍경 속 일부로만 여겨지던 게 갑작스레 도드라져 보이는 거죠.


제 경우엔 최근 크레인이 그랬습니다. 브리크가 자리한 성수동은 어디서든 크레인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뜨는 동네’의 전형적인 풍경이죠.

며칠 전 크레인의 샛노란 철제 프레임을 쳐다보다 돌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은 우리에게 곁을 내주던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건 아닌지.

그렇게 생각하니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크레인이 사라진 그 무언가가 남긴 표지물처럼 읽혔습니다. 그렇다고 슬퍼하기만 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임시 표지물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살아가는 일은 지나간 것들의 흔적 속에서 자신만의 이정표를 찾아내는 과정의 반복인 것 같습니다.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나타났는지 더듬더듬 풍경을 헤쳐가야 하는 일, 안락함 속에서 낯섦을 발견해야 하는 일, 익숙함이 주는 타성이나 생소함이 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아니하고 꿋꿋이 내 길을 가는 일. 그래서 주어진 매일을 산다는 건,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참 벅차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크레인에서 출발한 생각은 이렇게 끝을 맺었네요.


오늘 아침, 여러분들의 익숙한 풍경 속으로 생경한 감각이 찾아들기를 바랍니다. 이왕이면 그 감각이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금 발걸음을 내디딜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도시의 새 이정표를 만들고 있는 이들을 최선을 다해 찾아내 보겠습니다.


'입사 3주차' 에디터 박경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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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건축이 포착한 성수동의 풍경 ⓒSOSU ARCHITECTS (좌), Cociety 옆 성수동의 모습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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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건축의 3/1(일삶)빌딩 ©Kyung Roh (좌), EPISODE 101에서 보이는 성수동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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