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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May 24. 2024

잘지내,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인지 생각한 것 같아.

내 능력이 부족한 건지, 내 시간이 부족한 건지.

내 체력 탓인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지.


열심히 살아온다고 살았지만 성공 앞에서 늘 좌절하는 일.

성과에 집착하니 나 자신을 긁어먹은 건지.

정작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잊었지 뭐야.


6월이 되면 출판을 하고 싶다 말하고선

다른 일에 치중해 있는 요즘.


그놈의 블로그가 뭐라고, 인스타, 유튜브가 뭐라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했지 뭐야.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꺼내 내 얼굴을 남기고, 주변을 찍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핸드폰을 내려놓고 온전히 무엇에 집중한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 나는 요즘 너무 바빠.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


너도 그럴까.

안녕이라는 아침 인사도, 잘 자라는 밤 인사도 하지 못하는 요즘이야.


문득 내 근황을 물었다는 메신저를 전달해 준 파랑새 덕에 내가 잘 지내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


난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아.

먹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쉬는 것에도, 노는 것에도 그 어느 것에도 집중할 수 없지.


이런 삶이 온전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나 자체로 탄탄하다 믿었지만 어찌 보면 관심과 애정을 먹고사는 일.


관심받길 멈춘 이에겐 외면이 남을 텐데 말이지.


잘 지내? 안녕, 난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잠만 잔 것 같아.

몸이 아프다는 핑계도, 피곤해서 눈꺼풀이 내려갔다는 핑계까지 전부 합쳐져 잠만 잔 것 같아.


내 친구가 말하더라고, 그만큼 피곤하게 살았으니 몸이 전원을 꺼버린 거라고.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잠시 번아웃이 올 수 있다더라.


사흘 내내 눈을 감은 날.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

누굴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건까 싶지 뭐야.

누군가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 말했는데 나 자신에게도 집중하지 못하면 그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걸.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내가 퇴사를 하게 된다면,

혹은 강제로 퇴사할 일이 생긴다면 내 미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온갖 생각을 하는 요즘이야.


오랜만에 큰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어.

잘 지내냐는 말 뒤에 바로 '네가 인플루언서냐'라는 물음이 오지 뭐야.


펜션을 차렸다는 말 뒤에 홍보를 바란다는 말.

그러게 나는 인플루언서일까.

나름 6,500명이 구독하는 네이버 블로거,

나름 2,300명 정도가 구독하는 유튜버.

나름 만든 지 얼마 안 돼도 조회수가 나오는 인스타그램까지.

그런데 말이지. 과연 나에게 인플루언서라 물어보면 할 말이 없지 뭐야.

그냥 열심히 살았을 뿐 나에게 인플루언서라 칭할 명패는 없거든.


내 시간조차 없어 헐떡이고 있는 일반 사람.


제주에 오라는 말에, 와서 함께 쉬자는 말에 반가움을 표하지 못한 건 왜일까.

나 조금 지쳤을지도 몰라, 아니 지친 것 같아.


네 품이 그리운가 물어보면 그럴까.

내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하니 너에게 생떼라도 부려볼까 싶지 뭐야.


제주 바다에 몸을 맡긴 채 바라보던 밤하늘이 떠올라.

모래가 가득 묻은 채 걷던 그 길도 말이지.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글로 적어도 되는지 모르겠어.

내 이야기를 끄적이기 시작한 날부터 늘 생각하는 고민이거든.


나는 퇴근길에 사람들과 대화하며 실없이 웃는 시간도 좋고,

출근길에 바닥에 몸을 붙인 채 녹아 있는 풍산개 '산이'를 보는 것도 좋아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시간도 좋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좋아.


쉬는 걸 못 하는 사람은 쉬는 것도 일이라더라.

나, 잠시 쉬어도 될까?


네 이야기가 듣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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