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줘

내가 나일 수 있도록 손때 입혀줄래?

오랜만에 내가 쓴 글을 보았어.

제주에서의 나와 태국에서의 나,

현실에 치였을 때의 나까지 전부 살펴보았지.

가끔은 광증이라 말하고,

가끔은 너무도 행복해서, 혹은 너무도 무례한 이를 지탄하기도 하던 그날 말이야.

내 글엔 늘 모든 이가 담겨 있어.

살짝 울렁이는 감정에 웃음을 지었어.

나는 널 많이 사랑하고, 많이 미워했더라고.

나의 글을 보고 내가 한없이 감정적이라 말했지,

나를 평가하며 나란 인간에 대해 알고 싶다 한 날.

나는 네가 무례하고도 신비로워

움직이는 네 목젖에 시선을 가득 둔 것 같아.

사실 난 가끔 글을 쓴 시점에 내가 궁금해.

그때의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줄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과연 무슨 말이 필요할까 허탈감이 들었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더라고.

지금도 그때도 난 나에게 주어진 일을 끄적였을 뿐

잘 이겨냈고, 잘 살아왔거든.

그러니 나는 그때의 감정에 손을 댈 수 없지 뭐야.

감히, 내가 뭐라고 나에게 말을 해.

내 글은 그만큼 나를 가득 담은 공간이야.

이 글을 보았다면 벌거벗은 나를 본 셈이지.

그만큼 숨겨두고, 숨겨두었던 감정들을

쏟아내기로 했어.

나라는 책을 찾은 걸 축하해.

너는 어떤 장을 먼저 볼 셈이야?

들어가며, 작가 소개와 다음 이야기까지

전부 읽어줘,

날 사랑한다면 말이야.

내가 나일 수 있도록 손때 입혀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