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말하지 않았다면 몰랐을거야

by 벼리울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언급한 순간 내 눈에 들어온 너의 단점.


너는 손등에 있는 커다란 점이 스트레스라고 말했는데, 그 점을 본 친구들은 블랙홀이 있냐며 어린 시절의 너를 놀렸단다. 나는 그런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추곤 했는데, 입이 닿음과 동시에 배시시 웃는 소리가 들리면 살짝 간지러운 기분에 고개를 푹 숙이고 3초를 세곤 했다.


"네 손등에 있는 커다란 점이 좋아, 그 점에 난 긴 털까지 사랑해", "네 벌어진 앞니에 낀 고기도 귀여운 것 같아"라며 웃기지도 않은 말을 꺼냈지만, 당시에는 모두 진심이던 말.


네가 내 손을 잡을 때면 나에게 맞춰진 손인 양 딱 맞는 사이즈에 웃음이 나고, 여름 더위에 생긴 기미가 너의 점과 같은 위치에 있음에 우린 운명이 아닐까 진지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나는 유독 그의 눈을 좋아했는데, 시선을 마주치면 반달처럼 접히는 눈매부터 내 모습이 투영되는 짙고도 검은 눈동자가 좋아 매일 그 옆에 붙어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단점은 그런 거 아닐까, 단지 점에 불과한 것. 그저 너를 구성하는 일부일 뿐, 너를 평가할 요소가 될 수 없다.


그때부터일까, 약간의 무심함을 사랑하게 된 나. 네 점이 어떻든 나는 웃는 게 예쁜 널 좋아했으니 말이야. 네 모습이 어떻든 전부 사랑해.


너도 날 사랑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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