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고마웠어요.”
네가 한국으로 돌아간 날, 나는 후아힌으로 향했어. 그날은 태국의 국가 행사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춘 듯했지. 택시도 없고, 기껏 예약한 버스조차 떠나버렸으니 뭘 해야 할까. 겨우 기차표를 끊었고 위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국숫집에서 밥을 먹었지. 돈을 내고 써야 하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큰 통에 담긴 물과 커피도 사며 그렇게 기차를 기다린 날이야.
나는 다시 떠나는 길 위에 서 후아힌으로 향했어. 후아힌으로 떠난 이유는 너무도 단순해, 그냥 바다가 좋아서였지. 택시를 탈 돈도 없어서 캐리어를 끌고 걷고 또 걸은 날. 왜 이런 고생을 하는가 싶다가도 네 생각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다 생각한 날이야. 그러다 문득 ‘너는 잘 도착했을까? 앞으로 사람을 더 믿지 않게 되진 않을까?’ 같은 생각들이 떠돌았고, 우리가 함께 한 계절이 스쳤지. 우리는 사랑했고, 다투었고, 결국 이렇게 이별을 맞이했어. 첫 데이트의 커피, 마지막 밤의 망고까지 모든 것을 선명하게 남겨둔 채 말이야.
걷다 보니 바다에 도착했어. 후아힌의 바다는 어둡고도 끈적했는데, 긴장했던 탓인가 그 습도 그대로 모래에 감겨버렸다. 싸아-싸아 파도 소리의 반복, 모래알이 구르는 소리도 들리는 듯해 잠시 머물기로 했어. 낯선 웃음소리도 들린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 저 멀리 희미한 불빛의 고기잡이 배는 바삐 움직이고, 해가 저문 바다는 너무도 어두웠던 밤. 눈을 감고 그린 그림엔 내가 조금씩 조금씩 부스러졌어. 그리고 조금씩 파도에 쓸려 바다로 향했지. 전부 모래가 된다면 어디로든 향할 테야. 밀물과 썰물에 휩쓸려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거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곳으로, 내 몸을 모래 위에 둔 채 그렇게 말이야.
“그래 이게 바라던 바다. 내가 바다로 향한 이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