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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 오늘 하루를 정리하면 말이지요.

by 벼리울

퇴사 의사를 밝히고 마지막 출근까지 하루만 남았습니다. 전날 늦게 잠들었더니 오늘 하루가 유난히 피곤했어요. 밤사이 알 수 없는 통증이 느껴져 감기인가 했는데, 정말 감기에 걸린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다 긴팔을 꺼내 입었는데, 입고 보니 더워서 조금 후회했어요. 출근길에는 매일 마주치는 강아지와 잠깐 놀았는데요. 오늘따라 강아지가 너무 더러워 어디서 뒹굴다 온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볼 날이 하루밖에 안 남아서 슬퍼요. 오늘은 해가 너무 뜨거워 양산도 꺼내 썼고요. 출근길에 살짝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회사 동료 어머니께서 샌드위치를 챙겨주었습니다. 덕분에 든든한 아침을 맞이했네요.


사무실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고, 인수인계서를 작성한 뒤 기존에 쓰던 파일들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예전에 남겨 두었던 기록들을 다시 확인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쓴 글들이 웃겨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저 많이 어렸네요. 점심에는 구내식당에서 아보카도 바나나 주스를 사 왔습니다. 아보바나라고 부르며 하루 멀다 하루 먹을 날도 딱 하루 남았네요. 오늘따라 회사는 유난히 조용했고, 저의 퇴사 여부는 팀원들만 압니다. 왕래하던 동료분에겐 걱정할까 싶어 말 못 했거든요. 퇴근 시간 1시간 전쯤, 담요는 버려야 할지 텀블러는 어떻게 할지 고민했는데, 다행히 부모님이 회사로 데리러 오셔서 짐을 챙기기가 수월했습니다.


사실, 지난주와 그전 주에는 몸이 조금 안 좋았어요. 해파리에 쏘여 생긴 상처와 사랑니를 뽑은 뒤의 아픔도 이제는 거의 다 나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별일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신기해요. 저녁에는 치즈가 늘어나는 돈가스를 먹었는데, 느끼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매운 음식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바나나킥 과자도 먹었고요. 운동을 한 뒤에 놀러 갈 짐을 싸고, 강의를 듣다가 잠들었습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네요. ”여러분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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