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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널 부르기 위해 필요한 것

by 벼리울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 날씨가 더워 출근길마다 보던 강아지 두 마리는 그늘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1년 2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첫 출근 날부터 마주하던 강아지들은 매일 웃으며 바라보는 나에게 마음을 열었고, 우리는 자연스레 친해져 매일 아침과 저녁, 출퇴근을 함께하는 사이가 되었다. 10월 어느 날, 강아지 주인분을 처음 만났다. 내가 매일 찾아온 것을 아셨는지 강아지의 이름을 알려주셨다. 이름은 산이와 순이였다. 산이는 풍산개라서 산이, 순이는 암컷이라 순이라 불린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에게 그 강아지들은 산이와 순이가 되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산이는 산에서 유기된 강아지라서 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내가 이름을 불러주면, 자다가도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산이와 순이였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퇴근길이다. 마당에 없는 산이와 순이를 애타게 불렀지만, 사실 오늘은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의 이름을 부르면, 먼 발치에서도 들을 것 같다는 기대를 품었다. 내가 이름을 간절히 부른 탓인지, 주인분께서 강아지들을 문 밖으로 꺼내주셨다. 그리고 인사하는 시간. 오랜만에 두 마리 강아지의 반김을 받으니,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


별명도 그런 게 아닐까? 이름만 부르면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지만, 별명을 부르는 순간 알 수 없는 익숙함과 애정이 묻어 친밀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내 별명이 뭐냐고? 나도 잘 모르겠다. 나를 별명으로 부를 사람이 있는지도 말이다. 내가 만든 별명만 있을 뿐, 애칭은 없다. 나의 남자는 내가 타인을 깊이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 타인의 특징을 잘 캐치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에게 별명이 없는 것이라고,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별명이 꼭 필요하다면 학창시절의 별명을 떠올려보라고 하지만, 전부 이름에서 기인한 농담거리일 뿐, 쓸 만한 별명은 없었다. 역시나, 추억. 별명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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