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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by 벼리울

“모르겠어, 그 사람을 만나면 더 나은 내가 될 것 같아, 사람으로든, 연인으로든.”


그 사람을 만나고 한 달쯤 지난 후 내가 꺼낸 말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새로운 일을 겪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내가 되곤 했다. 이번에 다가온 사람은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회사 이야기를 꺼내면 왜 그렇게 고민하냐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본인이 더 많은 사회 경험을 했으니 자신에게 말하라고 했다. 그는 싫은 건 싫다, 아닌 건 아니라고 두꺼운 마커로 적은 글처럼 명확하게 말했다. 자신의 관심사가 나오면 인류의 기원까지 설명할 기세로 신이 났지만, 그런 원색적인 모습이 낯설면서도 정이 갔다. 동시에, 그는 누구보다도 섬세한 사람이었다.


그의 행동과 말투가 힘들었던 것도 사실. 그의 격한 반응에 마음을 접으려 한 적도 있었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나와 너무 달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어느 날 술기운에 전화를 걸었고, 한참을 고민하다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 말을 내뱉고 나서 후회했지만, 그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해. 말해줘서 고마워.”


그 한마디에 모든 경계가 풀렸다. 굽힐 줄 아는 사람이라니, 흥미로웠다. 나는 그에게서 재미를 느꼈다. 마음을 속으로만 품던 나에게 찾아온 새로운 자극. 불만이 있다면 말하라니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나. 편해졌다. 그리고 그와 만나며 배울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모르겠어. 모를 일이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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