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에도 마음껏 웃을 수 없는 것은 널 너무 사랑한 탓이야.
혹은 내가 너무도 많은 걸 알아버렸거나,
술에 취했다는 너는 마음껏 웃으며 날 너무 사랑함이 두렵다 말했지. 네가 어떤 실수를 했든, 어떤 약점이 있든 이해하겠다 말한 순간 내 모든 철학을 지워버린 거야. 나를 너무도 사랑하는 네가 그랬을 거라 믿고 싶지도 않고, 그저 모른 체하고 싶을 뿐이지.
악어의 눈물일지 모를 너의 눈물을 보며, 나를 배신하지만 않는다면 내 품을 내어주겠다 말했어. 휴지를 건네어보지만 진심으로 위로할 순 없었지.
한 잔, 두 잔 숙성된 와인을 마시는 동안 “왜, 하필 “이란 단어가 왜 그리도 맴돈 걸까. 운명이란 단어로, 정해진 때에 다가온 네가 조금은 미웠어. 얕은 사랑도 해보고, 진한 사랑도 해보고, 쉬운 사랑도 해보란 말에 널 떠올린 내가 싫기도 했고.
드디어 진짜 사랑이라며 신나 한 내가 조금은 웃긴 거야. 한숨을 연거푸 내쉬며 단말마의 욕설을 흩날린 날. 하루종일 내뱉을 모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다며, 지구 온난화에 기여한다고 웃는 진원이의 말에 또 한숨을 뱉는 거지.
왜 하필 너무도 완벽한 타이밍에 널 만나, 왜 하필 네 비밀을 알게 되어 너를 믿을 수 없게 한 걸까. 브레이크도 없이 널 사랑해 버린 나에게 내린 벌은 아닐까 잠시 고민하게 되었어.
나는 포기하는 것도, 내달리는 것도 전부 어려워. 네 마음을 온전히 받지 못한 내가 밉고, 그럼에도 널 사랑한 내가 미웠어. 처음으로 결혼이란 단어를 꺼낸 것도. 너무 당연하게 나의 짝이 너라 느낀 것도 전부 어려운 밤이야.
세상은 너무도 지독하기에 종종 원치 않는 선물을 준대, 그 선물을 열어본 이만 고통인지 행복인지 알 수 있는 거지.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하다 말한들 낙화하는 물체 안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그대들이 떠올랐어. 앞으로 잘해보자 다짐한들 그 모든 마음은 그저 맴돌 뿐이지.
한 치 앞도 모를 인생을 그저 즐기는 게 맞을까, 불안에 떨며 사는 게 옳을까. 어떤 것도 알 수 없는 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