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씨는 부모님이 싫다는 말은 안 했을 것 같아요.”
그 말이 나를 찔러왔다.
“그러게요. 나름 돌아온 탕자라는 소릴 들으며 자라왔는데, 크게 엇나간 적은 없었어요.”
사실이다. 서른이 넘도록 결혼과 취업 이야기로 잔소리를 듣는 것과 별개로, 나는 정말로 크게 엇나간 적이 없다. 공부도 어느 정도 했고, 경찰서를 간 적도 없고, 흔한 술과 담배도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았으니.
그럼에도 내 단점을 털어놓고 싶었던 건, 네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면, 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입술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래, 꺼내봤자 무슨 소용일까.
나는 한없이 보잘것없어 보였다.
“날씨가 추운데 잘 지내고 있어? 언제 한 번 보자.”
주인 없는 연락은 한 달을 배회하다 죽었다.
밝게 웃는 소리는 이제 소음처럼 들린다. 옅은 미소를 짓는 그녀의 입가는 나를 비웃는 것만 같다. 나는 또 이 지경이구나. 뻗대고 빈정거리는 오만을 품다니. 요즘 들어 그에게 자꾸 짜증을 내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속에 쌓인 감정을 전부 뱉어낼 순 없으니까.
감정을 알면서도 다룰 수 없다니, 인간은 참으로 유약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나는 평범한 인간.
문득 밀려오는 분노에 다리를 떨었다. 멀리 깡충깡충 뛰어가는 강아지를 보고도 별 감흥 없이 보내고, 눈가를 찡그리게 하는 햇빛이 밉다. 그렇게 약간의 한숨과 우울감을 품은 채 하루를 보낸다.
분노를 다스릴 수 없다면, 차라리 흘려보내는 수밖에.
그렇게 오늘도 한 걸음 더 멀어지는 연습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