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하루

by 벼리울

눈꺼풀에 열이 올랐다. 밀려올 듯 말 듯, 압박하며 스며드는 피로감. 가벼운 한숨과 함께 우울감을 삼켰다.


“A님은 묵묵한 사람이에요. 주변인들과 한 발자국 떨어져 있고 싶어 하죠. 그럼에도 늘 우리를 품어주었기 때문에, 저는 A님이 좋아요.”


“B님은 이기적인 사람 같아요. 마치 방방 뛰어다니는 강아지처럼. ‘네가 좋아, 널 사랑해.’ 그런 말들을 아무 데나 펼쳐놓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건, 결국 B님이 이기적이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솔직함이 무례함으로 남지 않길 바라요.”


“C님은 그저 신기했어요. 자유로워 보였고, 원하는 걸 다 하는 것 같았는데, 그 속에 그렇게 많은 우울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인생이 이렇게 즐거운데, 왜 우울하지?’ 철없는 생각을 하다가도, 세상을 살아보니 알겠더군요. 우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D님은 놀라울 정도로 이타적인 사람이에요. 행동 하나에도 배려가 담겨 있었죠. 저런 사람이 큰일을 맡으면 스트레스로 쓰러지지 않을까, 작은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오만한 사람이에요.

당신들의 속을 몰래 들여다보며, 제멋대로 판단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나 자신에 대해서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죠.


“그대랑 있으면 자꾸 말실수를 해. 그래서 너와 있는 게 무서워.” 나는, 결국 그런 말밖에 할 수 없는 걸까.


희망을 주고, 설렘을 주기는커녕, 상처라도 입히지 않으면 다행이지. 요즘 나는 그저 오만할 뿐이죠.


잠을 자면 괜찮아질까요. 오늘 하루 저는 너무도 오만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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