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생각이 코끝에 스쳐,

by 벼리울

요즘 들어 입술이 자꾸 튼다. 손톱 위로 거스러미가 피어나더니, 겨울이 왔음을 알리는 요즘. 건조함에 취해 파삭파삭 부서지는 날들이다.


입술의 각질을 뜯다 피가 났다.

손톱 위 거스러미를 잡아당기다 살갗까지 뜯어버렸다.


눈을 뜨니 몸이 무거웠다.

옆에서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추워, 이불을 조금만 주면 안 될까?”


어쩐지 아침 공기가 유난히 무덥더라니.

그이의 이불까지 몽땅 끌어안고 자서 그런가 보다.


몸을 일으켜 생일 선물로 받은 입술 보호제를 덕지덕지 바르고 이를 닦았다. 금세 물에 씻겨 나갈 걸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바른 립밤. 이럴 거면 왜 발랐을까 싶다가도, 침대에 누운 순간부터 입술을 매만진 기억이 떠올라 고개를 저었다. 잠결에도 몸을 일으켜 보호제를 바를 궁리만 했으니, 몸이 먼저 움직일 수밖에.


요즘에는 향수 대신 핸드크림을 바르는 습관이 생겼다. 직접 만든 향이라 그럴까. 온몸에 스며드는 내음이 좋아 머리카락 끝에도 살짝 묻혀본다. 그리고 맡는다.


‘쓰읍—’ 아니, ‘흐읍—’

“어떤 효과음이 더 맞을까. 코로 깊게 들이마시는 소리를 뭐라고 해야 하지?” 짧은 상상을 하다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보호제의 효과가 끝난 건지 입술이 다시 메말라간다.

핸드크림을 꺼내 손에 발라 비벼본다. 다시금 향을 맡으려니, 생각보다 향이 독하다는 느낌이 스친다. 그리고 동시에 들리는 낮고 거친 목소리.


“화장품 냄새가 나서 어지럽잖아. 지하철에서 말이지, 쯧.”

그렇게 강한 냄새였을까.

애써 못 들은 척하며 손을 주머니에 욱여넣었다.


의도치 않게 민폐를 끼친 하루. 누군가는 기차에서 햄버거를 먹었다고 욕을 먹던데, 핸드크림조차 마음대로 바를 수 없는 세상이라니. 조금 소심해졌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일까? 향이 그토록 짙은가?’

다시금 손을 모아 코에 가져다 댄다.


이 향은 어떤 향일까.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향일까,

혹은 그저 핸드크림의 향일까.


입술에 각질이 가득 차면,

손에 거스러미가 가득 차면,

괜찮을까.


여러 생각이 코끝에 스쳐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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