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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Apr 06. 2024

술이 사람을 마신 날

‘보고 싶었어요.’


흥미로운 것을 바라보듯 잔뜩 확장된 너의 동공.

웃을 때마다 반달이 되는 너의 눈.

삐뚤빼뚤 누구보다 날카롭던 치아까지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던 너였다.


‘너는 내가 왜 보고 싶었어?’

평온하던 너의 삶에 내가 들어왔다했나.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비밀이라 말하던 입술.


술이 사람을 마신 날일까.

궁금해야 널 한 번 더 보고 싶을 거란 말이

꽤 재미있어 한 병을 비우고, 또 한 병을 비웠다.


네가 나를 보듯, 그렇게 오래 너를 바라보았지.


집에 가기 싫은 날.

‘강아지 보러 갈래?’

그냥 날이 좋아서, 너와 걷고 싶어 져서


백구를 핑계로 길을 걸은 우리였다.


백구 옆에 앉아

주정을 피운 하루.


내 이야길 들어주는 네 탓인지.

보고 싶었다는 말에 흥미가 생긴 건지

네 입에 입을 맞춘 것 같다.


너의 모든 처음을 가득 채우고 싶어.

네 손을 잡았다.


새하얀 티처럼, 새하얗게 잊어버린 기억.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하기에 그랬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일상에

무턱대고 들어온 말 한마디가 기억에 담겨서.


그렇게 입을 맞추고 또 맞춘 밤.


네 모든 처음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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