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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종결

by 벼리울

술에 취해 읽던 글.


면접을 본다는 나에게 케이크를 만들어보는 건 어떠냐더니

손재주가 없단 말에 이미 느꼈단다.


싫은 걸 말해달라는 게 뭐가 그리 힘든지,

본인의 삶은 늘 배려였다며 나의 탓으로 돌리는데

보여주지 않는 그 모습 그대로 보겠다니

네가 뭔데 날 평가하냔다.


평가인지, 무시인지, 자격지심인지

쏘아붙이듯 말하는 방식에 다소 놀란 날.

아닌 척 피우고 온 담배까지.


너무도 충분한 첫 데이트였다.

그러게, 내가 뭔데 널 평가하겠어.


마음이야 정리한다 쳐도, 그때부터였나

싸함을 느껴버리다니 말이야.


우리의 감정을 식히기엔 너무도 충분했던 밤.


달려와 전해준 커피만으로 관계를 연명한 건 실수였나.

너와 걷던 공원, 하늘이 맑아서 말이야.

네 손을 놓기가 아쉬워 이리저리 걸었던 날.

손을 펼쳐 흔들던 아이의 웃음까지 전부 남았으니

그래서였나, 마음을 준건.


억지 텐션은 견딜 수 없다더니 누구보다 억지였던 그였다.


한 손으론 내 손을 잡고, 한 손으론 앞머리를 만지던.

날 위해 비웠다지만 내팽겨진 히포를 보며 느꼈던,

예쁘게 말리기엔 이미 시든 꽃까지.

상처로 다가온 건. 네가 주관을 가졌기 때문이야?


내 무릎에 인형을 올려주고, 한쪽 어깨를 내어주던,

더워하는 날 위해 바람을 불고, 다리를 주물러준 건?

한쪽 팔을 내어주고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해주던 입맞춤.

대체 넌 어떤 사람일까.


내 말 한마디에 의미를 부여했단다.


빛이 났다던, 거울을 보는 것 같다던 첫 만남.

내일도 볼래요?라는 말로 시작하고,

보내기 싫다며 붙잡고,

아쉽다며 데리러 온다더니 동거라는 느낌이 두렵단다.


연락 하나에도 의미를 두던 나와

연락보다 전화를 좋아하던 너.

읽고 씹는 건 너무도 당연해진 요즘.


하나씩 챙겨 온 내 짐에 야금야금 쟁여둔 속사정까지.

사랑하는 만큼 외면해야 하는 그게 나의 고민.


물집 잡힌 발바닥을 뒤로하고, 다친 네 발목을 외면한 것은

섬세하지 못한 너에게 실망할까 관심을 끈 탓이다.


하고픈 것도 전부 잊어버린 날.

우리의 시간은 이미 어두워졌다지..


그래서 우리 관계, 이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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