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리울 Apr 19. 2024

푸념

그녀는 쉼 없이 조잘거렸다.

전날 두유와 바닐라티를 섞어 망친 것과 달리

오늘의 밀크티는 너무도 성공적이라며 한 잔의 밀크티를 내밀었지.


흰색의 우유, 캐러멜크림티를 섞어 만들었다나.

오랜 시간 냉침했다며 당당하게 건네는 표정을 보아하니

거절은 못 하겠다.


한 입을 머금자 느껴지는 맛.

진하고도 연한 캐러멜의 향이었다.


사실 우유를 먹지 못한다는 사실은 별게 아니라는 듯

그렇게 또 한 입.


배가 꼬륵거린 것은 그 탓일 테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공간.

그녀는 그이가 이토록 수다스러운 사람이었냐며

너스레를 건네었다.


그런가, 나에겐 늘 얼음집.

얼음 같은 사람이었는데 말이지.


의무의 말을 건네었다며 작가가 무엇이라든가, 화풍은 무엇이라든가 이런저런 질문을 물었단다.


그런가, 나에겐 시도 중이라며 탁자 위에 크림커피를 턱 하고 두고 간 그였다.


수염을 길렀나, 메뉴판이 일어났나.

이런저런 말을 하더니 한 줄기의 빛이 일렁였다.


큰일이다. 그의 흥미를 깨우고 말았군.


화륵- 화르륵-

비커가 끓는 걸 기다리며 불을 지핀 그.

과학 시간이었나. 알코올램프에 파산색 빛을 보며

조심하라 말한 것이.


“한심하게 볼 것만 같아.” 본인이 한심해 보여 피했다는 말을 들은 순간 “그러게, 너 첨 한심하다.”라며 대꾸를 한 나였다.


전부 생각, 뱉지 못하고 품은 말들.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푸념이 쌓였다.


임금님은 벗기라도 했지, 나는?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

그 거짓을 들을 준비도 채 되지 않은 나.


사실 저 흰 우유는 못 먹어요.

혹은 네가 한심해 보인다는 말.


그 어떤 말도 뱉을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글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