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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Apr 20. 2024

비 오는 날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에요.

비가 올 거란 친구의 말에 실내에만 있어야겠다 말했지만, 사실 저는 비 오는 날을 너무도 싫어하고 사랑해요.



제주도에서 구매한 장화를 꺼내 걷는 것도,

우산 없이 비를 맞는 것도.


이미 젖어버린 신발이라며 대책 없이 뛰는 것도

전부 사랑해요.


속까지 가득 적신 비는 밉고,

길을 막히게 하는 비도 미워요.


오랜만에 찾은 마음에 드는 음악 때문일까요.

비를 맞는 시간, 차창에 맺힌 빗방울을 보니

웃음이 나왔지 말입니다.


‘아직 밤은 어리니까, 영원히 지속되게 하자’는 작은 속삭임처럼 오늘이 남았으니 이 시간을 즐겨보기로 했어요.


장화를 꺼내 신었어요.

구멍이 송송 뚫린 파란색 니트를 꺼내 입었죠.

얼마 전 뜯어진 가죽재킷 대신 새로 구입한 재킷을 걸쳤구요.

머리는 있는 힘껏 흐트러뜨린 채 집 밖을 나섰습니다.


생각보다 여유 있는 시간에 차가운 아메리카노도 한 잔 마셨고요, 전 날 찾은 음악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No, not now, not again

Not much longer’ 이란 가사를 흥얼거렸죠.


커피를 마시기까진 앞으로도 7모금의 시간이 남았고,

목적지로 향하기까진 1시간 27분의 시간이 남았어요


나에게 주어진 건 7모금을 마실 여유와

이리저리 움직이며 즐길 수 있는 1시간 27분의 시간.


잠깐만요! 방금 1분이 지났으니 26분의 시간이라 할게요! 방금 노래 한 곡이 끝났으니 시간이 또 지났군요.


비 오는 날.

저는 비 오는 날이 너무도 밉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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