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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울 Apr 23. 2024

소소한

비가 와서 그런가 아랫배가 찌르르 아파왔다.

사르르 내리던 비는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스며들었고,

웃음기 없던 얼굴에 웃음이 가득 찬 시간.


나는 우울하길 바랐나, 그건 아니었을 테다

그 누구도 본인이 우울하길 원치 않을 테니.


그저 감정조차 쓸 수 없을 만큼 일이 바빴고

정신없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한 날이다.

무엇이 잘 못된 것인지 모르겠던 날.


비가 오기에 잠시나마 생긴 시간이 너무도 소중했다.

멋진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하늘에 뜬 달의 모양을 읽는 여유를 갖자던 마음은

전부 어디로.


비가 내리고서야 어둔 하늘을 바라본 나였다.

오늘따라 차가웠던 바람과 차분한 공기.


죄책감이 아니었다면 널 계속 만났을까?

읽지 못 한 카톡의 1처럼.아마도 그럴 일은 없겠지.


다음 주도, 다다음주도 널 위한 시간은 없다는

그런 것들.


안부를 묻는 말에 최대한 목을 죽이고

뱉은 말처럼.아프고도 무던한 하루였다.


고통을 호소한 날.

다시금 마음을 챙겨보기로 했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감기를 앓는다는 임산부를 위해

프로폴리스를 챙긴다든가.


출근길 웃음이 예쁜 아이에게

사탕을 준다든가 하는 것들.


사랑하기에 돌아온 것들.


그들이 늘 행복하길 바랐나.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는 이들 덕에 받은 선물.


비밀이란 말이 무색하게 난 그녀의 선물을 뽐내었고,

감기기운이 있단 말에 홍삼을 챙겨준 그녀 말 따라

건강해지길 바랐다.


바람이 차고, 공기가 짙은 밤.


오늘따라 버스는 어두웠고, 내 마음은 차분한 건

한차례 비가 내렸기 때문일까.

열이 내렸다.


심퉁스레 남편을 향해 말을 뱉은 그녀처럼.

마스크 사이로 느껴진 옅은 웃음.


‘어휴, 비도 오는데 왜 나와있어’라는 말에 담긴 애정을 가득 품고 싶었다.


소소한 행복, 소소한 사랑을 하고 싶다.

오늘도 고생한 너를 위해 보고 싶다 말하는 감정도,

디저트를 좋아하는 이를 위해 챙긴다든가 하는 것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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