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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 Oct 03. 2023

"야, 오면 얘기해. 술 한잔 하게!"

내겐 한없이 고마운 한국인들의 이뤄지지 않는 국룰 인사말

나는 조승연의 탐구생활이란 유튜브를 구독하고 즐겨본다. 몇 달 전, 이 유튜브 채널에서 "던바의 수"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던바의 수는 개인이 사회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를 말한다. 100에서 230 사이로 제안되었고 통용되는 값은 150이다. 나는 처음 150이란 숫자를 봤을 때 생각보다 많다고 느꼈다. 난 지금 몇십 명도 안 되는 사람들도 관계유지하기 벅찬데 이 세상 사람들은 다 인싸인가, 150명의 사람들과 연락하면서 지낸다는 뜻인가 의문점을 품으며 나는 그동안 내 주변인들과 연락을 어떻게 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나 생각해 봤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내가 프랑스로 건너갔던 2008년은 아직 통신기술이 엄청 발달하지 않았던 때이다. IT강국인 한국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08년 프랑스에선 아이폰이 갓 출시 됐고, 초등학생들은 아직 핸드폰이 없거나 여닫이, 미닫이 키패드 핸드폰을 사용하던 때였다. 카X오톡도 없었고 이메일이 존재했었지만 밖에서 뛰어노는 게 더 중요했던 초등학생은 자연스레 한국에 있던 친구들과도 모두 연락이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한국을 떠나 미국에 온 2015년은 통신기술이 이미 많이 발달해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진 시대였다. 덕분에 난 한국에서 만든 많은 인연의 끈들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한국에 있을 때 종종 연락하던 친구들과 쭉 연락을 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서로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고 서로의 삶에 바빠지고 나서부터는 처음에 연락하던 한국 친구들의 수가 1/3 정도로 떨어졌다. 자연스러운 현상인걸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난 남아있는 한국 친구들과의 연락이 더욱 소중하다. 미국에서 지내면서 한국에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존재들이기도 하며 힘들 때 가끔씩 날아오는 메시지나 통화 한 통이 다시 일어서서 달리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독자분들은 가끔은 예상치 못했던 연락에 하루가 즐거워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10년 동안 연락이 끊어져 있다가 뜬금없이 인별 친구추천에 떠서 DM을 해본 경우, 중학교 때 고백공격 이후 미안해서 연락을 끊었던 친구한테 먼저 다시 연락이 온 경우, 정말 몇 년 만에 연락해서 만난 친구가 내 학창 시절 흑역사를 모두 기억하고 읊어주는 경우. 이런 것들이 연락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이제 미국에서의 생활이 한국에서 생활한 기간을 넘어가는 와중에 있기에 내가 여기서 만든 인연들도 여러 도시에 많이 퍼져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만든 인연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연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하고 먼저 문자를 보내볼 필요가 있다. 연락은 쌍방의 노력이 있어야 이루어진다. 한쪽만 주구장창 인연의 끊을 놓지 않으려 아등바등해 봐도 다른 한쪽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벽에 대고 소리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걸 알고 있기에 더 연락에 힘써야 하지만 요즘 인별 같은 소셜미디어로 항상 실시간으로 친구들의 근황을 대강 확인할 수 있어서인지 아니면 그저 연락을 먼저 잘하지 않는 내 성격 때문인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연락을 소홀히 하게 된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먼저 연락을 해주는 친구들에게 끝인사로 내가 먼저 연락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먼저 연락해 줘서 정말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한다. 이 끝인사는 항상 진심이고 다음에는 꼭 내가 먼저 연락하겠다는 다짐과 혹여 내가 다짐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다음에도 먼저 연락해 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염원과 함께 전화를 끊는다.


많이들 인생 혼자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기 인생 누가 뭐라든 결국엔 자기가 결정하는 것, 맞다. 하지만 너무 인생 혼자 산다는 마인셋으로 주변사람들을 포용하지 않고 배척하다 보면 외롭지 않은가. 인간관계 때문에 슬피 울어도 보고 배 찢어지게 웃어도 보고, 그 과정 속에서 성숙해지고 자기중심만 잘 세운다면 서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사는 재미이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난 오늘도 수화기에 대고 얘기한다.


"야, 오면 얘기해. 술 한잔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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