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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낙네 Sep 18. 2020

이해, 네가 내가 아니다.

곧 국화가 만개할 예정입니다.
어렵게 지켜낸 국화라 더 기대가 됩니다.

남편은 오리지널 도시남
나는 오리지널 시골녀입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쑥과 국화의 구분이 어렵지 않습니다.
따로 배운 적도 없이 감각적으로 알게 됩니다.

남편은 매해 실수를 합니다.
쑥인 줄 알고 국화를 쑥쑥 뽑아냅니다.

내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가 안 갔죠.
왜 쑥과 국화가 헷갈릴 수 있는지 말이죠.
나는 단번에 알아차립니다.
비슷하긴 해도 엄연히 다르거든요.

그러나 남편은 줄곧 구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제는 뽑을 때 내게 묻습니다.
"이건 국화야? 쑥이야?"
"응! 국화야 ~"

많이 심어 두었던 국화가 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심코 뽑아내서 그런 모양입니다.

그렇게 지켜낸 국화잎들입니다.
그래서 유난히 꽃이 피면 반갑습니다.

만약 남편이 뽑아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처음엔 핀잔을 줬지만
이제 물어보는 남편이 귀엽기도 합니다.
심지어 쑥을 가위로 자르는지, 호미로 캐는지도 묻습니다.
"쑥은 칼이 필요해"
라고 했더니 잎을 한 올 한 올 칼로 잘라 온 적이 있더라고요.

어릴 적 소쿠리와 칼을 들고 쑥 캐러 다니던 나와
시내 한복판 극장 옆에서 영화만 보던 남편의 경험치는 엄연히 달랐겠죠.

돌아보면 네가 내가 아니기에 이해라는 것은 있는 것이지요. 같으면 이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너그러움이 옵니다.

넌 도시남
난 시골녀!

국화잎으로 이해심이 깊어 가는
가을의 문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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