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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범 Nov 12. 2017

지극히 주관적 리뷰의 최고봉, ‘리뷰왕 김리뷰’

SNS가 초심을 잃고 있다. 소통창구에서 광고창구로 변했다. 교묘한 광고가 판친다. 광고 빌딩 숲이 돼버렸다. 거대 광고들 사이에서 자신의 구역을 지키는 이들이다. SNS 세상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골목의 터줏대감들을 소개한다.


◇ 해당 리뷰는 극도로 주관적인 관점으로 서술돼있습니다.


리뷰는 주관을 밝히는 방식이다. 자신의 주관을 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어투나 화법에 따라 다르다. 생각을 에둘러대거나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의견에 확신을 하고 주장하거나 상대 의견을 비꼴 수도 있다. 표현에 따라서 리뷰는 재수 없는 콘텐츠가 되거나 신념을 지키는 글로 읽힌다.


김리뷰의 리뷰는 아슬아슬하다. 싸가지와 소신 발언 사이에서 줄타기한다. 리뷰 방식 때문이다. 유쾌하며 파격적이다. 의미를 심층적으로 파고들거나 기능을 분석하는 리뷰들과는 다르다. 소재에 대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감상을 풀어놓는다. 소위 말하는 B급 감성이다.


김리뷰는 일반 매체에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터트려 준다. 대신 욕도 해준다. 자비도 배려도 없다. 앞뒤 안 가리고 치명적인 독설을 내뱉는다. ‘프로불편러’ 리뷰에선 그들에게 ‘당신들이 더 불편하다’고 일침을 날린다. 프로불편러는 SNS상에서 콘텐츠가 불편하다며 비판의 동조를 유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버섯’ 리뷰에선 편식은 개인의 기호라며 버섯요리들을 신랄하게 공격한다. 그는 소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눈이 뒤집히는 듯 보인다.


◇ 일상 모든 것을 낯설게 보기


김리뷰는 일상의 모든 것들을 소재로 삼는다. 지구나 장염, 변비부터 지난 추석 황금연휴까지 다채롭다. 우리가 시답잖게 여기는 요소들이다.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들은 그의 손을 거쳐 특별해진다.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소개한다. 그는 이 시각을 ‘아날로그’라고 칭한다.


김리뷰의 아날로그는 사전적 정의와는 사뭇 다르다. 아날로그에 대한 그의 정의는 ‘당연한 것들에 대한 당연한 의심’이다. 풀어보면, ‘인간 세상은 이진법으로 딱 떨어지게 설명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원래부터 당연한 것은 없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모든 편견에 도전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느껴왔던 것들에 대해 질문한다. 본질적이고 자연스러운 의문을 던진다. ‘원래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 생각은 그의 책 <1인분의 삶>에서 드러난다.


김리뷰는 모든 사물을  ‘낯설게’ 바라본다. 평균을 바라는 우리 사회에 대해선 ‘다른 모두를 기준으로 나를 평가한다는 사실이 두렵고 불안하다’고 밝힌다. 가방을 보곤 ‘내 정체성이 가방에 들어있는 물건으로 정의된다는 사실이 괴이한 일’이라며 한탄한다. 


◇ B급 감성에서 묻어나오는 솔직함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에선 말괄량이 시골처녀가 고상한 상류층 아가씨로 완전히 변모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 속 언어학자 하긴스는 그녀의 거친 말투와 행동을 바꿔 요조숙녀로 변신시킨다. 무도회에서 그녀는 이질감 없이 활동하며 환호받는다. 두 개의 인격이 한명에게 공존한다는 말이다.


김리뷰도 가상의 인격이다. SNS상에서만 존재한다. 운영자는 조금도 드러나지 않는다. 현실의 김리뷰와도 전혀 관계가 없다. 현실 김리뷰가 ‘김’씨라 페이지 이름을 ‘김’리뷰로 지은 것도 아니란다. 그는 원래 ‘박’씨다.


영화 속 요조숙녀처럼 김리뷰도 웹상에서 환호 받는다. 솔직하거나 주관적이기 어려운 세상에서 그는 영웅과 같은 존재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안하고 눈치도 보지 않는다. ‘어른과 만났을 때 시선처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성에겐 말투나 손짓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처럼 사소한 것까지 신경써야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우리는 할 말을 잘 못한다.


김리뷰는 익명을 고수한다. 익명으로 운영하니 말하기 편하다. 이름이나 나이, 성별, 군필 여부까지 편견이 생길만한 조건들을 모두 배제한다.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전달한다. 익명이라 더 솔직할 수 있다.


◇ 리뷰왕이 세운 국가 : 리뷰 리퍼블릭


리뷰왕은 공화국을 세우기에 이른다. ‘리뷰 리퍼블릭’이다. 리뷰어들이 콘텐츠를 만들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리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말이다.


리뷰로 돈을 벌 수 있을까.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리뷰 리퍼블릭은 텍스트판 유튜브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텍스트 기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게 장기 목표다. 좋은 리뷰는 좋은 광고콘텐츠가 될 수 있다.


◇ 마치며


모나지 않는 모습을 바랐던 세상은 변하고 있다. 생각은 색깔이 되고, 색깔은 정체성이 됐다. 정체성을 잃지 않고 활동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세상이다. 우리가 리뷰왕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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