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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 Oct 04. 2023

독자로 가장한 빌런들

서점 댓글 테러에 무방비 상태의 출판사들

"팀장님, 아이디 OOO가 또 서점 리뷰 최악으로 써놨어요."

"아...이 ㅅㄲ가...진짜..."

"어떻게 할까요?"

"일단, 서점 MD에게 연락해서 악의적인 리뷰로 숨김 처리가 가능한지 확인해 보세요."


매번 신간이 나온 뒤에 별점을 볼 때마다 별일 없기를 바랄 뿐이다


어디든 꼭 있다. 이런 빌런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출판사에서 신간을 출간하면 어떻게 알고 짠! 하고 나타나서 각 서점에 별점과 리뷰를 테러하는 인간들. 사실, 이런 빌런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는 하나, 출판사에서 오랜 시간 공들여 세상에 꺼낸 신간의 초반 판매에 이런 리뷰 하나가 적지 않게 작용하기 때문에 모르쇠로 지나칠 수도 없는 일이다. 출판사 마케터는 우리의 작품과 작가를 최전선에서 지켜내야 하는 사람들이므로.


과거에 어떤 이유 때문에 특정 출판사에 호의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독자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악의적인 마음을 품는 것은 아니다. 그중 정말 한 두 명이 빌런이 된다. 이유도 근거도 없다. 그냥 다짜고짜 "이런 책은 가치도 없는데 왜 내는 거야 출판사 정신 차려라" "돈 버렸다고 생각해야지" "속았네" 등 일단 뱉고 보는 거다.


근데 이게 참 웃긴 게 뭐냐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빌런이지만 서점 입장에서는 그들도 그냥 독자인 거다. 그래서 이런 악의적인 리뷰에 대해 출판사의 입장을 어필하며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면 상황은 이해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빌런도 독자이기 때문에. 이런 행태로부터 출판사를 보호할 어떤 장치도 서점에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늘 이 점이 아쉽다. 업계의 한 축을 이루는 출판사와 그곳에서 어렵게 출간되는 도서와 작가는 이런 테러에 거의 무방비 상태다. (혹시 내가 모르는 안전장치가 있아면 알려주길)


"팀장님, MD에게 문의했는데요. 숨김 처리나 삭제 등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럼 서점에서 해줄 수 있는 조치는 뭐가 있다고 하던가요?"

"현실적으로 다른 댓글들이 달려서 자연스럽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이런 빌런들의 특징은 머리를 나름대로 쓴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몇 개의 아이디(가족이나 지인의 아이디일 수도?)를 돌려가며 서평 테러를 한다. 들키고 싶지 않았겠지, 아무렴 그랬겠지. 근데 어쩌나? 너무 티나는 걸. 보면 안다. 비슷한 패턴, 비슷한 단어 선정, 반복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는 출판사의 도서들. 그런데도 이 역시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으니 보고 열이 뻗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정말 부지런하기 짝이 없다. 아니면 할 일이 정말 없던가.


요즘은 좀 더 진보(?) 해서 서점의 댓글 시간차 테러도 한다. 서점 댓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가 서평단의 댓글이고, 다른 하나가 구매자 댓글이다. 서평단은 출판사에서 신간 홍보를 위해 사전 리뷰단을 모집해 서점 내 댓글을 요청하는 방식인데, 대부분의 출판사가 이런 서평단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책 리뷰를 위해 책을 증정은 하지만 리뷰나 댓글은 서평에 참여하는 독자가 솔직하게 작성하게끔 놔둔다. 또 다른 댓글이 바로 실제로 이 책을 구매한 사람들의 댓글인데, 이 구매자 댓글은 옆에 [구매자 리뷰]라고 딱지가 붙어 댓글이 신뢰감을 가지게 한다. 출판사에서도 이렇게 실제 리뷰가 더 중요함을 알기 때문에 유심히 보는 편인데, 빌런들이 이 틈을 파고 들고 있다. 일단 책을 구매한 뒤 바로 댓글을 달면 [구매자 리뷰]라고 작성이 되는데, 댓글을 단 이후에 구매를 취소하더라도 이 딱지가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서점을 다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직접 확인해본 바로는 일부 서점은 분명 이런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출판사가 빌런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과 마찰을 최대한 피하는 것뿐인데, 사실 경험상 그런다고 빌런이 "나 이제부터 빌런 안 합니다!"라고 선언하지는 않는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고 했던가. 아쉽게도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나 결국 그 똥은 출판사가 밟는다.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는 어떤 빌런이 회사 인포데스크에서 "내가 이 제품을 홍보하고 유튜브 영상까지 찍었는데, 왜 이 회사는 나에게 적절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 거냐!"라며 할복하겠다고 난동을 피우다 경찰들에게 끌려갔다. 물론 회사에서 제품을 홍보해달라고 한 적도 없을 뿐더러 그 빌런은 그날 처음 봤다. 경찰이 나가면서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사람 이 동네에서 유명해요. 이 동네에 있는 회사마다 찾아가서 이런다니까요. 그냥 제품 하나 쥐어주면 조용히 돌아갈 겁니다." 빌런을 빌런이라 부르지 못하고, 생떼쓰는 인간들이 원하는대로 되는 세상이라니. 아하 통재라!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말자. 구매 독자 중에 분명 그 책이 안좋아서 좋지 않은 리뷰를 작성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테니. 내가 이야기하는 대상은 책을 읽지도 않고 반복적으로 특정 출판사(혹은 작가)의 모든 출간도서에 테러하는 빌런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빌런 에피소드는 너무 많으니 다음에 또 이야기 해보겠다. 아무튼 이 글을 빌려 빌런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으나, 솔직하게 그런 거 없다고 쓸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달라. 갑자기 노래 부르고 싶네...


울고 있는 나의 모습 바보 같은 나의 모습
리뷰를 또 적는 빌런이 싫어 빌런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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