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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 Oct 16. 2023

'베스트셀러'라는 착각

출판 관계자가 생각하는 베스트셀러의 기준은?

간혹 주변에서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워낙 출간하기 좋은 세상이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투고가 아닌 POD 방식으로도 당장 내일이라도 원하는 주제의 원하는 분량으로 출간할 수 있다. 주제가 무엇이든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저자는 얼마나 애달피 긴 시간을 보냈겠는가. 그러기에 더욱 내 새끼 같은 책이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오래오래 읽히길 바라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책을 출간하기 무섭게 또다시 소식을 전한다.


"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흠... 잔칫날에 찬물 끼얹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그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가 아닐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너무나 업되어 있는 새내기 저자에게 그거 베스트셀러 아니니까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니 그냥 입 닫고 조용히 지켜보며 응원할 뿐이다. 


이들은 무얼 근거로 본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말하는 걸까? 아마 네이버 도서에 붙은 빨간 [베스트셀러] 딱지 때문일 것이다. 나도 첫 책을 내고 그랬지만 몇 달(어쩌면 몇 년일 수도)을 품어 세상에 내놓은 내 새끼가 세상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너무나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는 걸 테니, 하루에도 몇 번씩 네이버 검색창에 책 제목을 넣고 검색하게 된다. 그러다 갑자기 출간한 후 며칠 동안 안 보이던 빨간딱지가 보이면 흥분의 최고조에 이른다. '역시 세상이 내 글을 몰라볼 리가 없지. 드디어 나도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인가'라는 착각 역시도 함께. 


하지만 냉엄한 현실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초반에 지인찬스로 끌어올리던 판매는 금세 시들어 버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스트셀러 딱지도 사라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세를 정산받을 때 결정타를 맞는다. 결국 고기 한 번 사 먹으면 끝일 소소한 인세 앞에서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형장...아니, 불판 위의 이슬로 사라진 그저 그런 작가라는 걸 알게 된다. 아찔했던 나의 과거가 떠올라 갑자기 눈물이...또르륵


저자가 보는 네이버 베스트셀러 딱지는 사실 출판업계 관계자가 보는 베스트셀러와는 거리가 있다. 네이버는 자제 집계로 베스트셀러를 선정하지 않는다. 그저 서점에 등록된 데이터를 끌어와 딱지를 붙이는데, 베스트셀러 딱지를 부여하는 기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잘은 모르지만 출간 후 극초반에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극대화되는 시기에 어지간하면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는다. 그 숫자가 몇백 권 단위가 아니라 불과 몇십 권도 채 되지 않으리라 예상되기 때문에 허들이 낮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럼 네이버는 왜 그렇게 알고리즘을 짜놨을까? 새내기 저자를 응원하려고? 아니면 베스트셀러 딱지를 붙여서 판매를 독려하려고?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진짜 베스트셀러와는 괴리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 출판 관계자들이 말하는 진짜 베스트셀러의 기준은 무엇일까? 누가 딱 정해놓은 답은 없지만 많은 출판사가 '교보문고'를 진또배기 베스트셀러 기준으로 삼는다.


교보문고는 매주 목요일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등을 합쳐서 종합 베스트셀러(분야와 종합)를 발표하는데, 각 출판사는 이 순위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 이유는 이 순위 발표에 따라 교보문고 오프라인 매장에 베스트셀러 전시가 바뀌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교보문고는 오프라인 매장마다 종합 베스트셀러와 각 분야의 베스트셀러 매대가 있는데 이곳에 책이 전시가 되느냐 마느냐가 흔히 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진짜 베스트셀러의 기준이 되는 편이다. 


교보문고 오프라인 베스트셀러 전시 도서는 [종합 베스트셀러 - 주간]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인문, 에세이, 소설, 자기계발 등 각 분야에서 일주일 동안의 자체 판매데이터 집계에 따라 15위까지의 도서를 발표하고, 이 도서들은 한 주 동안 전국의 교보문고 매장에 전시가 된다. 그리고 그 도서들을 베스트셀러라고 부른다. 이 순위에 들어가려면 경험상 한 주 동안 온/오프라인에서 최소한 수백 권은 팔려야 가능하기 때문에 절대 쉽지 않다. 그럼 왜 하필 예스도 알라딘도 아닌 교보문고를 진또배기 베스트셀러 기준으로 삼는 걸까. 


거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숨어있다. 바로 광고효과 때문이다. 교보문고 전국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책 한 권을 일주일 동안 전시하려면 작은 출판사는 쉽게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큰 금액의 광고비가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출판사들은 최소한 분야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기 위해서 사력을 다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도서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출판업계 어떤 포럼에 나왔던 메이저 출판사 마케팅 부장님이 현실적으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전국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시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라고 한 것도 아마 그 이유일 테다. 게다가 한 번 베스트셀러에 올라가면 판매 동력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살펴보기도 힘들만큼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독자들은 결국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살펴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를 낳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예스24나 알라딘의 베스트셀러가 진짜 베스트셀러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그 역시도 자체로 베스트셀러 집계 가이드를 가지고 있다. 다만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 교보문고의 판매가 더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말하는 것 뿐이다. 분야마다 강세를 보이는 서점이 다르기 때문에, 출판사는 책이 출간되기 전에 어느 서점에 집중할지를 미리 고려해 두기도 한다. 참고로, [예스는 판매지수] [알라딘은 Sales Point]로 베스트셀러 점수를 메겨 순위를 산정한다. 그래서 업계 관계자들은 그 숫자만 보고도 정확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판매가 되었을 지 짐작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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