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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 Oct 19. 2023

출판 마케터가 현타 오는 순간

얼마면 돼? 얼마 줄 수 있는데요?(feat. 유튜버)

출판사에서 마케팅을 하다 보면 꽤 많은 순간에 현타가 온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게 유튜버와의 협업이다. 유튜버와의 협업은 사실 요즘 대세 마케팅일 수밖에 없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테니 패스. 아무튼 새로운 책이 출간되기 직전부터 마케터는 정말 많은 고민을 한다. 이 책의 타겟 독자가 누구일지? 그 타겟 독자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어딜 지? 그곳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책을 노출시킬지? 등등. 그 고민 끝에 리스트에 올린 여러 채널에 일정과 단가를 문의한다.


이번에 저희가 출간할 도서...블라블라...그래서 협업을 하고 싶은데 단가와 비용 좀 알려주세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튜버(혹은 매니지먼트 담당자)에게 메일이 온다. 일정은 맞춰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비용은 2천만 원이고 추가 옵션으로... 비용을 보는 순간 사무실에는 순간 정적이 흐르고 대략 2-3초 뒤에 실소가 터진다. 


"이거 너무 한 거 아니에요? 2천 이라니... 그냥 나도 유튜버 해야겠네요. 젠장!"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출판사에서 협업하는 유튜브 채널을 소위 '북튜버'라고 부르는 도서 전문 크리에이터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다 보니(책을 홍보하고 싶은 출판사는 많은데 북튜버 숫자가 현저히 부족했다) 유료협찬 광고 컨텐츠가 급증하고 결국 채널 구독자로부터 외면받았다. 왜 그렇지 않은가. 괜히 광고라고 하면 일단 거르고 보는 그런 거. 그때가 그래도 좋았지...


더 이상 기존의 북튜버로는 효과를 보기가 힘들어지자 출판사에서도 판로를 찾기 위해 타겟 채널을 급 확장시켰다. 그리고 결국 굳이 책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북튜버 채널을 고집하지 않고 타겟(혹은 잠재) 독자가 있을 것 같은 다양한 유튜브 채널과 협업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나쁘지 않았다. 새로운 수익채널을 모색하던 유튜브 채널은 '책'이라는 컨텐츠로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하고, 반대로 출판사는 나름 적당한 가격으로 북튜버 보다 훨씬 많은 뷰가 나오는 채널을 통해 책을 알릴 수 있었으니.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동행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유튜브 채널은 급 성장한 반면에 출판사는 그대로였으니. 아니, 오히려 코시국에 역성장(?)한 출판사가 훨씬 많았으니. 상황이 급변했다. 유튜브 채널은 이제 성장한 만큼 그게 맞는 비용을 받으려 하고 출판사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게 돼버렸다. 그래서 요즘은 출판업계에서도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자체 채널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느냐가 화두이기도 하다. 꽤 많은 출판사가 유튜브 채널과 SNS채널에서 직원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모두가 다 잘 될 수 있는 건 아니니 보고 있으면 동병상련(?)의 아픔이 느껴지곤 한다. 


사실, 위에 예시로 든 2천만 원은 정말 평범한 수준에 가까운 것 같다. 물론 그만큼 효과적인 채널을 찾다 보니 다소 큰 채널을 컨택하는 경우이기 때문이겠지만, 가끔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채널에서도 턱 없이 높은 금액을 부르는 걸 보면 확실히 이 바닥이 대세구나 싶다. 누구나 알만한 채널은 최소한 4천 만 원 정도에서 협업업비용이 형성된다. 출판사에서는 언젠가 꼭 한 번은 협업해보고 싶다는 니즈를 가지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채널과 연줄이 있어서 지인찬스를 쓰는 게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더 우울한 건 그런 채널들은 돈을 부담하겠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몇 개월 치 일정이 꽉 차서 거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책을 팔아서 4천만 원의 수익을 내려면 대체 몇 권의 책을 팔아야 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서 결국 입맛만 다시다가 눈높이를 낮춘다. 2-4백 만 원 정도 수준의 채널로. 출판상 입장에서는 이 비용도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채널들이 아직 꽤 있는 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유튜브 채널과 협업을 한다는 건 정말 많은 기회비용을 포기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비용을 투입해서 BEP를 넘기려면 정말 많이 팔아야 한다. 그럼에도 책과 fit 한 채널을 잘 고른다면 효과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외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마저도 비용 감당이 가능한 중견 출판사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 1인 출판사에서는 쉽게 지출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기에 이런 유튜브 채널과의 협업도 결국 부익부 빈익빈이 되는 것이다. 1인 출판사는 많아야 1천 권(500권도  정도가 보통인 듯) 초판을 찍는데, 거기서 제작비/유통,보관비/기획편집/디자인/인세 등을 빼면 정말 남는 게 없는 게 현실이니까. 유전판매 무전재고. 돈 있으면 책이 팔리고 돈 없으면 재고로 쌓이는...;;; 뭐 출판업계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유독 마케팅 사이즈가 작은 업계라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 번은 출간 예정인 우리 책과 결이 맞는 채널을 찾다가 최근에 책을 출간하고 유튜브를 통해서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저자가 눈에 띄었다. 채널 사이즈, 독자와의 소통빈도, 컨텐츠 무드 등이 정말 딱이었다. 그래서 컨택해 보기로 했다. 


"OO채널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다루는 주제도 우리 책과 너무 잘 맞고."

"그러니까요. 이야기가 잘 되면 이벤트도 붙여보면 더 효과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일단 컨택해 주세요. 기존에 우리가 해봤던 채널 수준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잠시 뒤...


"팀장님... 2천 달라는데요?"

"네...? 2백 아니고 2천이요?"

"근데, 그 마저도 영상게재하는 일정이 정해져 있고 연장하려면 추가비용 내야 한대요. 이벤트도..."

"이야... 정말 몇 천이 옆 집 개이름인 세상이네요... 정중하게 진행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그 유명 저자이자 유튜버는 빈정이 상했는지, 아니면 너무 비일비재한 일이라서 그랬는지 우리의 회신 메일에 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웬만하면 다음에 기회 되면 다시 협업해 보자고 메일이라도 오는데. 아마 너무 많은 협업요청으로 바빴고 아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었다.


1천, 2천... 5천...

유튜버님들 출판사예요. 

대기업 아니고요. 

1권 팔면 고작 몇 천 원 가까스로 남는 출판사예요.

어떻게 고려 좀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당분간은 유튜브 채널을 통한 책 홍보는 계속될 것 같다. '북튜버'로 전향하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그것들을 반증한다. 예전에 띄엄띄엄 책소개 컨텐츠를 올리던 유튜버 중에 본격 '북튜버'를 선언하고 올인해 전업으로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기는 걸 보면... 대세긴 대센가 보다.  


이 참에 나도...?

미리 구독할 사람...?


 '북튜버'로 검색하면 관련된 많은 기사들을 볼 수 있다. 사진은 10/13 발행된 '북튜버'와 관련된 국제신문 기사 캡처.

* 기사 바로 가기 >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231013.9909900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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