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것은 언제나 떼로 몰려다닌다(4)

한 가지만 나쁘기만은 쉽지 않다(4)

by 고장난시계

명절이 되어서 그런가.

친척들로 인해 겪었던 일들이 계속 끊임없이 떠올라서 손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분명 과거를 잘 정리하고 이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자꾸만 폭로전이 되어 가는 것만 같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겪었던 서럽고 부당한 일들. 나를 아프게 했던 나쁜 사람들의 악행들을 이렇게라도 다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동안 친척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간의 일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쉬쉬하며 덮어놓길 강요받았던 일들을 지금에라도 폭로하고 싶다.


평생을 건달로 살고 있는 작은아버지는 할머니의 둘째 아들이다.

그리고 나에게 잊지 못할 유년시절의 기억을 안겨준 사람이기도 하다.


ABJ보다 3살 적은 작은 아버지는 유명한 건달들이 그렇듯 월등히 키가 크고 덩치도 크다. 그리고 건달이라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매우 거칠고 무식했다.


이미 내가 어릴 적에 작은 아버지의 폭력에 못 견뎌 작은 어머니가 100일도 안된 딸을 두고 도망친 경력이 있으며, 그 후 어찌어찌 다른 여자를 만나 재혼에 성공해 그 사이에 또 다른 딸을 두었다.


인물도 없고 - 단순히 못생겼다는 게 아니라 눈빛이나 인상 자체가 누구라도 한 번 보면 뒷걸음질 치게 생겼다 - 덩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살이 뒤룩뒤룩 찐 탓에 평생 혼자 살 줄 알았는데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아직 작은 아버지가 결혼하기 전, 내가 4~5살 무렵에 할머니집에서 차례를 지낸 다음 가족들끼리 식사를 한 후 방에서 밥상을 물릴 때였다.

4~5살이라고는 하나 또래보다 작고 깡마른 어린애였던 나는 방에서 벽을 차며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몸이 번쩍 들려져 마당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순식간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나중에 상황을 파악해 보내 웬일로 밥상을 밖으로 내가려 방으로 들어왔던 작은 아버지가 건달의 가오에 안 맞게 명절에 집안일을 해서 심통이 났는지,

그래서 놀고 있던 내가 거슬렸는지 뭐라 한마디도 없이 곧바로 내 팔을 우악스럽게 잡아채 물건이라도 집어 던지듯 나를 집어던진 것이었다.


내가 있던 방과 내가 내동댕이쳐진 마당 사이에는 꽤 넓은 마루가 있었음에도 마루가 아니라 마당으로 떨어진 것을 보면 아마 있는 힘껏 내던진 것이리라.


그런데 울고 있는 어린애였던 나를 그 누구도 달래주지 않았다.

그렇게 어른들이 많았는데.


아마 괜히 말을 보태서 집안의 종기와 같았던 작은 아버지의 화를 돋구는 것보다, 힘없는 어린애 하나가 우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약삭빠른 계산이 있었던 거겠지.

그리고 그렇게 파렴치한 어른들 중에는 집안의 장손이자 작은 아버지의형인 ABJ도 포함되어 있었음은 물론이다.


자기 동생이 무서워 자기 딸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ABJ라니.

참나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아이들은 누가 자신을 안아 줄 사람이 있을 때나 운다.

처음에야 아픈 것보다 놀라서 본능적으로 울음을 터뜨렸던 나도 아무도 달래주는 어른이 없자 온몸이 욱신거리면서도 울음을 그쳤다.

내가 울음을 그치자 시끄럽던 매미소리가 멈춘 듯 다시 할머니집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설거지를 하고, 길을 떠나는 친척들을 배웅하고, 후식으로 먹을 과일을 깎았다.


아주 나중에서야, 하지만 여전히 그때입은 상처로 내 몸 여기저기에 멍이 남아있을 무렵에 엄마가 조용히 읊조린 적이 있다.

딸을 보호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는 물론 아니었다.


“그 병신은 예전에도 그 지랄이었어. 100일도 안된 애가 운다고 지랄지랄해서 널 업고 8시간이나 차를 타고 친정까지 간 적도 있다니까."


아, 처음이 아닌 거구나하는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집안에 작은 아버지라는 병신이 있고,

그 병신이 지속적으로 딸한테 해코지를 해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는 상등신인 부모가 있고,

병신이 집안에서 지랄을 해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 어른들로 구성된 등신들의 집합이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때의 강렬한 기억으로 할머니집을 가기 싫어하고 슬금슬금 작은아버지를 피하는 나를 ABJ는 이해하지 못하고 혼을 냈다.

아마, 그때 그 일은 ABJ의 기억에서 까맣게 잊혔을 테니까.

물론 작은 아버지도 잊은 듯했다.

슬금슬금 자신을 피하는 나를, 작은 아버지뿐만 아니라 그 소생인 사촌동생 또한 슬금슬금 피하는 나에게 화를 냈으니까.


작은 아버지가 무서워 피하기 바빠 딸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내 부모는 결국 그 대가를 치렀다.


우리 부모를 만만한 상대로 인식한 작은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 고모와 함께 한밤중에 우리 집에 쳐들어와 할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한다며 - 다시 말하지만, 할머니는 자신에 대한 부양을 조건으로 막내 작은아버지가 집을 사는데 자신의 모든 재산을 털어 넣은 바 있다 - 엄마의 머리채를 잡아채고, 이년 저년 하며 막무가내로 폭행을 가했고,


할머니가 죽은 - 돌아가셨다는 고상한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 후에는 ABJ가 엄마 몰래 할머니에게 준 돈과 패물 그리고 땅을 몽땅 집어삼켰다.

할머니가 죽은 후, ABJ가 피땀 흘려 마련한 할머니 집이 도로로 수용되자 국가에서 준 막대한 보상금 또한 다른 형제들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꿀꺽 집어삼켰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악독하게 살았던 - 아,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더 어디 있을까 - 작은 아버지는,

평생을 집안의 더러운 종기로 군림할 것 같았던 작은 아버지는 주요 물주였던 할머니의 죽음과 ABJ의 정년퇴직으로 이제는 전처 소생의 딸에게 기생하고 있는 듯하다.


부디 마지막에는 그 악행에 걸맞은 비참한 죽음이 작은 아버지에게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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