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에 한다는 소리가 당황스럽기 짝이 없네
스위스에 살면서 낯선 사람과의 볼인사가 제법 익숙해질 때쯤, 나는 나의 한 행동과 마인드가 스위스 사람을 포함해 다른 외국인들과 다른 한 가지를 발견했다. 바로 외모 지적질되겠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외모뿐만이 아니라 외관상으로 보이는 옷, 몸매, 새로 산 가방, 그리고 가방 안에 살며시 보이는 서류 뭉치까지 뭔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즉시,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한 번은 짚고 넘어간다. 누가? 유독 한국사람들 그리고 내가 말이다.
적어도 옷이나 신발 같이 사물에 대한 지적질은 케바케 (Case by case)이겠지만, 원래 가지고 있는 얼굴이나 체형을 논하는 것은 연령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시작된다. 너는 눈이 조금만 크면 더 예쁜 얼굴인 데와 같은 말은 성형을 그래서 하라고 권유하기도 하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너 턱에 여드름 났네? 아우 ~ 신경 쓰이겠어 같은 쓸데없는 걱정이 담긴 말들이 이에 해당되겠다. 하지만 얼굴은 상대방으로부터 처음 눈이 머무는 곳이니 너 그렇게 넘어가지만, 아니 체형이나 몸(몸무게)은 왜 논하는 걸까?
내가 이걸 이해 못하겠다고만 이렇게 지껄이는 게 아니라 나는 한국 살 때 가족들로부터 그리고 친척들로부터 "살이 빠졌네~ 살이 쪘네~ 많이 통통해졌네~"와 같은 몸의 변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것을 당연시 여겨오면서 자라왔다. 그걸 그저 나에게 주는 작은 애정 및 관심으로 여겨왔던 지난날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건 관심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영양가 없는 말이더라. 그래도 나를 오랜 시간 봐왔던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아직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인이 첫 만남부터 상대방에 대한 몸매 지적을 하는 것은 동성 및 이성 간을 통해 정말 수준 떨어지는 행동이라 여겨진다. 사건은 이렇다. 나와 + 20살 정도는 더 많아 보이는 A 씨와의 만남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날이 너무 더워 운동화는 도저히 못 신을 것 같은 뙤약볕 날 나는 최대한 시원하게 입고 외출을 했다. 하지만 그날 내가 그 낯선 이에게 들은 소리는 "아직 젊은데 몸매 관리 좀 하지, 안타깝다~ 팔뚝이 퉁퉁하네~"였다. 관심을 가져주고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라는 피드백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기준에서 판단하는 이유도 근거도 없는 평가를 내게 내리고 있는 걸 듣고 있자니 나는 꽤 불편해졌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다른 대화로 넘겨버렸다.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내가 그로 인해 불편해졌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배려가 아니라 그냥 내가 원하는 바이다. 그리고 다음번엔 이 수준 떨어지는 이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애들 키우는 여러 집이 있으면 거기서 꽤 재미난 오지랖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걸 건너 건너 듣곤 한다. 과한 관심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묘한 기류가 흐르면 눈치 있게 행동해야 하는데 빠릿빠릿하게 상대방 마음 읽지 못하는 사람 경우는 뭐..... 다음 생애를 기대해보시라.
나는 최근에 머리스타일을 파격적으로 바꿨다. 우리 친정엄마도 신기해할 정도의 파격 스타일 (삭발을 한건 아니다) 근데 이 머리를 하고 시동생을 만났는데, 나와 식사를 하고 5시간이 지나고 집에 가는 순간까지 머리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해서 내가 섭섭한 마음이 살짝 들려는 찰나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 머리 어떻냐고, 이런 스타일은 처음 보지 않냐며 구체적으로 머리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시동생은 "응, 그래" 이 한마디가 전부였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여드름이 1개만 나더라도 속상하다. 근데 누군가 내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그 여드름을 한번 더 상기시켜주는 것을 쿨하게 넘어가야 하는 게 정상인가? 대부분의 이런 외적인 피드백은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피드백보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압도적이다. 물론 옷이나 새로운 머리 스타일을 시도했을 때 "잘 어울려~"라는 말도 우리가 쉽고, 많이, 하지만 유독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사람들만 모인 것 같이 그리고 내가 전지현도 아닌데 머리카락에 영양을 줘야 한다며 뭐 맥주 효소를 섞어서 머리에 팩을 해야 머릿결이 살아난다고 구체적인 팁을 주며 내 머리가 바스러질 것 같다는 (아오 너무 구체적이야!!!) 듣고 싶지 않은 피드백을 들을 때면, 스트레스가 그냥 쭉! 솟아난다.
가족이든 친구든 애정을 가지고 관계를 있어나가는 상황에서 '좋은 말'만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행동을 지적하는 것은 올바른 길 혹은 성장할 수 있는 도움판을 주는 것이나 고도비만으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거나 혹은 과한 음주로 인해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보지 않는 이런 긴박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우리의 그 '외적인' 관심 역시 의. 도. 적.으로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본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 선한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