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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콜리 Aug 13. 2020

어디서 만났길래 - 틴더, 클럽, 심지어 10살 차이

다 부질없다. 선입견을 버리자. 


내가 스위스에 살면서 아등바등 애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유 없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에서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혼자 정해져 버린 그 선입견은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생각을 바꾸기가 참 어려운 걸 알고 있기에 최대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을 살려고 어떤 면에서는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어떤 측면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선입견을 덜 가지고, 새로운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 좋은 마음을 시작하고 있다.




저기.. 어디서 만나셨다고요?



다른 집들도 그러는진 모르겠으나 나는 남편 회사, 그리고 남편의 회사 사람들이랑 꽤 가까운 편이다. 

그 회사가 주는 뭔가의 집단력이 그 회사 직원이 아닌,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보면 참으로 신기할 뿐 -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남편의 회사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그리고 여행도 같이 갈 정도로 괜찮은 몇 커플들이 있다. 날이 정말 좋은 요즘, 그중 M 커플과 호숫가에서 그릴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 이 작은 그릴의 화력이 2시간이나 지속된다




처음엔 남편의 회사 동료 M는 우리 부부를 본인 집에 초대해 주고, 퇴근 후 맥주도 같이 마시면서 지냈는데 이후, 2년 정도 지났을까? 그의 여자 친구를 우리에게 소개해 주면서 이들과 더 자주 만나게 되었다.

한 번은 M 커플을 우리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초대해 주었는데, 이 여자 친구가 매우 앳돼 보였다. 음, 마치 " 너 몇 살이니?"라고 물어보기 내가 민망할 만큼... 말이다. 그녀의 외모가 너무 확연하게 어린지라 나이를 차마 물어보기도 애매했지만, 곧 그녀가 대학원생이며, 3년 코스인데 작년에 입학을 했다고 이야기를 들으니 20대 중반이겠구나 싶었다.



오래전부터 남편 동료인 M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혼자 단정(?) 짓고 있었는데 역시나 좋은 여자 친구를 만났다. 처음 보는 커플 소개에 자연스럽게 물어보는"어디서 만났어?"라는 단골 질문은 당연 초반에 했지만 대충 계산을 해봐도 그 둘은 나이 차이가 10살이 넘게 나고 심지어 그녀가 그보다 키가 (조금) 더 크다. 근데 외적으로 보이는 것을 제외하면, 그 둘은 성향 자체도 비슷하고, 그 나이 차이를 무색하게 하는 그녀의 성숙함 그리고 동시에 그 나이 때에 가지는 순수함이 잘 조화가 되어 그 M을 사로잡은 게 아닌가 싶었다 ㅋㅋㅋ


심지어 그 커플은 둘 다 학구파에 이미 경제활동도 매우 활발히 하고 있어, 아.. 그 둘이 나중에 결혼하면, 호수가 앞에 집을 사면서 신혼집 시작이 진짜 가능할 것 같이 보였다. ㅋㅋㅋ 이건 내가 아줌마라서 이런 헛소리하는 게 아니라 그 커플은 진심 3자인 내가 봐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재력을 본인 스스로가 해내기 때문이다. 아직 뭐 속 깊은 소리 까진 해본 적은 없으나 그냥 기본 심성이 착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예전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들, 특히 어린 아시아 여성과 나이가 최소 20살 이상은 나는 배불뚝이 백인 남성을 보면 약간 혐오 비슷한 감정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그 새파란 아시안 여성과 친구가 한번 된 이후로 (실제로 남편이 15살 차이 남) 속 사정을 알게 되었는데..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사연들이 주구 절절했기에 그 친구를 보는 내 눈빛은 좀 달라졌다. 생각보다 많은 그 아시아 여성들이 정말 '가난'때문에 이 짓을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하니 이걸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감사해야 하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다들 가족 살린다고 그 가난에 벗어나려고 이짓(?)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요양원에 일하면서 월 400백 (여기선 이게 최소 임금) 꼬박 벌어 결혼했는데도 그 돈을 다 친정집에 보내고 있다니! 결혼했는데 어쩜 그렇게 이기적으로 하는지 나는 이해가 안 갔지만, 같이 살고 있는 그 남편이... 진정한 보살이구나 싶었다. 


스위스에 살면서 생각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 (최소 10살)을 보고, 만나고, 이야기하다 보니 내가 느낀 건.. 나이차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둘 성향이 맞아야 한다. 너무 뻔한 이야기인 한데! 약간 한국인 마인드를 여기다가 조미료 치면, ㅋㅋ 첫 인연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도 무시는 못 하는 것 같다. 취미생활을 하다가 (도박 말고 ㅋㅋ) 만난다든지, 아니면 직장이라든지 이렇게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게 가장 좋겠지...



아무튼 간에 선입견을 없애려고 (?) 노력하지만

아......... 가끔 "나 킨더에서 얘 만났어" 하고 말하는 몇 커플들이 있는데 (물론 몇 년 동안 잘 만나고 현재 동거하는 커플도 있지만) 이건 좀처럼 내 선입견에서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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