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니 발견되는 것들
나는 얼룩말을 만난다. 얼룩말뿐만 아니라 키가 2m가 훨씬 넘은 기린도 만나고 털이 복슬복슬한 라마도 만난다. 왜냐고? 바로 우리 집에서 5분만 걸어가면 우리 동네의 명물이라고 불리는 '어린이 동물원'이 있다. 한국과는 다르게 나무와 철제 창으로 담이 낮게 세워진 동물원은 누구나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게다가 요즘은 동물원 내부가 한창 공사 중이라 안에 가두어져 있는 동물들이 동물원 맞은편 임시 우리 장에 가두어져 있어 평소보다 더 가까이 동물들을 오며 가며 볼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매일 똑같은 길을 걸은지도 어느덧 2달. 나는 2달 동안 매일 동물원을 지나며, 엉덩이가 토실토실한 얼룩말을 만난다. 철조망을 넘으면 얼룩말과 나는 3 ~ 4m쯤 떨어져 있다. 내 시력으로는 충분히 그리고 자세히 볼 수 있는 사정거리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매번 호기심 많은 기린은 자주 철조망 근처로 종종 다가오지만 얼룩말은 좀처럼 철조망 근처로 오질 않아 나는 멀리서 스토커 마냥 얼룩말의 멋진 무늬를 멀리서 감상하는 게 취미가 되었다. 아, 이러한 얼룩말 보는 취미는 최근 코로나로 인해 생긴 새로운 취미이다.
오늘은 철장 가까이 다가가 얼룩말의 엉덩이를 가만히 보니 무늬 패턴이 뒷다리에서부터 다르게 변화하는 걸 알아차렸다. 흰색과 검은색의 나열된 이 무늬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순차적으로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순전히 나만의 착각이었다. 허리가 끝날 쯤부터 뒷다리로 넘어가는 순간 세로로 내려오던 패턴이 갑자기 가로로 배신을 때린다! 근데 검정과 흰색 순차는 지켜줘서였을까? 가로의 패턴이 세로로 확 바뀌어도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나는 한동안 얼룩말의 엉덩이를 노려만 보았다.
얼룩말의 패턴 변화는 생각보다 충격이 컸다. 그리고 우리 안에 있는 총 3개 마리의 얼룩말 엉덩이를 모조리 체크해본다. 강아지도 얼룩이 다 다른데, 얼룩말의 패턴도 다를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그런데 얘네들이 모두 같은 부모 아래 나온 애들인가 3마리의 엉덩이는 패턴은 모두 똑같았다.
이 의심은 산책이 끝나고 집으로 와서도 계속 이어졌다. 곧 구글에 "얼룩말"을 검색해 20개 넘는 얼룩말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음, 확실한 검은색과 흰색 하지만 각 출신이 다른 불특정 다국가의 얼룩말들의 엉덩이는 내가 동물원에서 본 것과 동일하다. 아, 요놈들은 다 이렇게 생겼구나. 이제 궁금증이 풀린다!
사람들을 동물무늬를 좋아한다. 강함을 표출할 수 있는 레오파드의 호피무늬는 뭔가 센 언니를 나타내는 반면, 그리고 그것보다는 싸장님 느낌이 날 수 있지만 강렬해보고 싶을 땐 얼룩말이 제격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이든 간에 난 검은색과 흰색이 보여주는 확실한 배색이 마음에 든다. 가장 기본색이지만 그 2개가 직선도 아닌 자연스러운 곡선을 이루며 보여주는 것 얼룩말.
관찰도 매일 한다고 뭘 발견하는 게 아니 구 나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매일 봐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봐야지 뭔가 발견할 수 있구나. 아참, 얼룩말 울음소리를 들어 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지만 낙타는 울 때
멍멍멍! 개 짖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진짜 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