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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llii May 09. 2023

플랜 B로 날아오르기!

삶이 반짝거리는 순간

장기간 동안 세우고 준비한 플랜 A로 나아갈 수 없어, 플랜 B로 목표를 바꿔 움직였다.

1,947M의 한라산을 가지 못한 아쉬움에 1,567M의 태백산 여행길에 들어섰다. 어둠이 자리한 새벽 4시에  3시간 여를 차를 타며 책 이야기, 삶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며 태백산에 도착했다.

숲이 여린 잎으로 흔들거리고 갓 피어난 새벽안개와 함께 생동하는 초록산은 노란 모자를 쓴 요정이 나올 것 같이 예쁘고 신비하고 평화로웠다.


민족의 정기가 지닌 신산이라 어떤 영험하고 웅장한 느낌을 기대했는데,  이렇게 동화같이 예쁠 수 있을까? 여기저기 아직 입을 피우지 못한 봉오리와 맺힌 꽃망울을 바라보며 한껏 들떴다.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것 같은 느낌.  지나는 이도 없고 비가 보슬보슬 오는 고요한 아침 태백산은 우리 셋뿐이라고 느껴질 만큼 평화롭고 아늑했다. 점점 산을 오르는 동안 안개가 낀 길을 지나며 예쁜 돌계단과 수려하게 뻗은 나무들의 외형을 바라보며,  무한한 감탄을 했다. 마음과 기억 속에 다 넣고 싶은데, 사진에는 이 아름다움이 표현되지 않아 아쉬워하며 산을 오른다.

 매일 아침 25분 정도의 산행 덕분에  숨도 차지 않고 다리도 아프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숲과 나무 그리고 다른 공기가 있었다.  한참을 올라 정상 부분에 다다르니 빗물이 얼음이 되어 얼음조각이 비처럼 내린다.  똑바로 걸을 수 없을 만큼 매서운 바람과 손끝을 애이는 5월의 서릿발 같은 비바람이 불어왔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내려오는 날은 왠지 가슴이 뛰고 신나는 건 나뿐일 테지만, 이런 스펙타클하게 얼음비가 휘몰아치는 정상을 5월에 걷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 귀하고 벅차고 꿈 같았다.

   눈을 뜰 수 없게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돌담 사이에 앉아 따뜻한 "달빛 걷기"차를 머그에 따라 꽁꽁 언 손을 녹인다. 은은한 배꽃향과 온기가 몸안 가득히 맑게 퍼지고 우리는 함께 이 순간을 느낀다. 그리고 휘몰아치는 얼음바람 사이에서 옹기종기 앉아 느끼는 이 안락함은 함께 올라온 서로에게 건네는 무언의 감사다. 가까이 체온을 맞대고 차를 마시며 웽 웽~ 거리는 바람사이에서 아무 말 없이 바깥으로 향산 시선..... 서릿발 같은 바람에도 가슴은 뜨겁다.

  마음에 가져온 화두도 바람결에 내어 휘휘 가벼이 하고,  이런 거 하나로도 정말 행복할 수 있다는 경험이 삶에 얼마나 더 많은 기쁨으로 내게 올지 상상해 본다.  


 더 이상 반짝 거리는 물건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다.  앞으로 마주할 빛나는  순간들로  삶은 충분할것이기 때문이다.         -갓생 살고 있는 브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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