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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llii Jun 02. 2023

자기 연민은 왜 계속될까?

자기 연민과 원망

불안할 때면 불쑥불쑥 자기 연민이 올라온다.  올해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다짐도 하고 작년에도 문구를 작성하여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 그러나 마음처럼 자기 연민, 자기 비하. 이런 것들이 쉬이 나아지지 않는다.


자기 연민이 시작되면, 마음이 울먹거리면서 내가 한없이 가엾게 느껴진다. 자신감과 용기로 살아온 나 자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왜 이것밖에 안되지? 역시 나는 못났어. 이게 나의 한계야~ 내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왜 나는 운이 없지?" 이렇게 자신을 타박하며 자꾸만 연민의 늪에 빠진다. 스스로를 옴짝달싹 못하게 꽁꽁 묶고 마음에 날카로운 상처를 낸다.  그러면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 버려 넋 놓고 있게 된다.

자기 연민에 계속해서 빠지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연민하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이 감정을 더 깊숙이 직면해 보기로 했다.  과연 무엇이  스스로를 불쌍하고 가엽게 여기게 하는지~


자기 연민의 감정은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며 신파를 찍게 된다. 그러다가  주변인들까지 힘들게 하고 시간이 지나면 민낯을 드러낸다. 자기 연민의 진짜 얼굴은 원망이다.

나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속에는 야속함과 원망이 숨어 있었다.  나도 뭔가 열심히 했는데, 나도 잘 살기 위해 애썼는데 내 이상과 다른 현실에서 오는 괴리와 세상에 대한 야속함.  그리고 애쓰며 살아야만 하는 나의 배경과 환경에 대한 원망.  이해받지 못한 마음에 대한 원망. 이런 날 선 감정들이 자기 연민의 수면 아래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자기 연민에 결박당한 자아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대상과 환경을 원망하고 겉으로는 자기 자신의 가엽음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리고 침울한 에너지를 사방에 흘린다.  나는 자기 연민에 홀리지 않기 위해 그 감정 안에 깊숙이 자리한 원망하는 마음을 밖으로 꺼내 살핀다.  원망이 주장하는 내용이 과히 과장되었음을 이성의 뇌로 알아차리고 주관적으로 바라보았던 연민의 시선을 거둔다.  하루 종일 걸으면서 원망을 객관화된 시각으로 바라본다.  


자기 연민을 거둬내고 찬찬히 원망이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원망이 하려는 말들은 궁색한 변명이다. 환경, 상황, 수저를 탓하는 어리석은 외침이다. 자기 연민에 빠졌을 때는 그 감정에 허우적거려서 더 많은 문제들을 만들었는데, 원망에 대해 올바른 시선을 갖고자 노력하니 그 감정에 더 이상 휘말리지 않는다.


자기 연민이 계속되었던 이유는 해소되지 못한 원망이 마음속에서 계속 자라났기 때문이다.  자기 연민의 감정이 들 때, 내가 무엇을 ,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는지 잘 살피고, 그 원망하는 대상이 과연 원망을 받을 만큼 내 삶에 책임이 있는지 다시 한번 물어야 한다. 그러면 내 마음은 답을 알고 있고 그 답은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나를 인지하면  적당한 때에 다시 먼지를 훌훌 털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가 살아온 방법들과 선택들은 오롯이 나의 경험, 기억, 그리고 인생이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현재다.   


다시 시작이다. 나를 인정하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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