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전투를 끝내는 방법
많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익숙한 환경과 오랫동안 해 오던 일의 명함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써지지 않은 명함을 손에 쥐려고 한다.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지금 마음의 디폴트 값은 ‘평화로움’이다. 고요하고 편안한 상태다. 이런 상황을 10년 전에도 또 20년 전에도 겪어봤기 때문이다.
삶을 되돌아보면 30대 중반 예상치 못한 삶의 위기 때 3년 정도 감사일기를 썼다. 꿈을 향해 날아오르다 추락해 초라한 현실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던 때였는데, 그때 감사 일기가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감사일기를 6개월 정도 쓰다 보면 삶에서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인생에서 어떤 게 중요한지를 정확하게 알게 된다. 그동안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가장 감사를 느끼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3~5개 정도로 추려진다. 감사일기를 통해 삶의 우선순위가 분명해지고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명확히 알게 된다.
일상의 감사와 해빙(Having)을 생활화하고 있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 때문에 자꾸만 고개가 수그러 들고, 허탈감은 종종 밀려온다.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만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 ‘과거의 선택들은 옳지 않았어.’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지? ’하는 생각들이 시작되면 감사일기의 힘도 사라지고 만다. 삶을 공고히 하는 루틴을 만들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현실이 기대에 따라와 주지 못할 때 가장 먼저 스스로를 타박하게 된다. 이런 내면의 전투는 자신을 처참하게 무너트린다.
우리는 갓생을 살아내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데 사회와 가정에서도 칭찬은 인색하다. 잘했다. 멋지다. 대견한데?, 와 대단하네… 이런 말들은 귀하다. 칭찬이 가장 인색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가장 아프고 모진 말은 자신에게서 듣는다. 내면의 자아는 작게 쪼그라들어 작은 실수에도 과민반응을 하며 오랫동안 자신을 가두고 괴롭힌다.
다이어리에 감사 3줄에 이어 칭찬 3줄을 추가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적는다. “운동을 한 나를 칭찬해” “소식한 나를 칭찬해”. “역시 넌 끈기가 있어”, “오 창의적인데~”, “오늘도 연습을 했군, 역시 대단해!”, “오늘 잘 쉬었다. 잘했다!” 이런 말들을 나에게 자꾸 해주었다. 칭찬 일기는 감사일기와는 또 다른 힘이 있다. 감사일기는 나를 둘러싼 외부에 대한 시선을 바꾸는 것이라면, 칭찬일기는 나 자신을 인식하는 내부의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스스로를 쓰다듬고 기특하다고 말해주는 ‘작은 칭찬’들이 나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고, 자신감을 주며 가장 든든한 응원자가 된다. 나의 어깨를 으쓱 올려주고 가슴을 펴면서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 때문에 불안하거나 걱정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이전보다 나를 더 믿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을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라는 든든한 응원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단한 성공을 하지 않아도, 잘생기지 않아도, 돈이 많지 않아도, 폼나지 않아도 우리는 ‘괜찮은 인생‘ 을 살고 있다. 삶은 각자의 모양으로 또 저마다의 세상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내 이야기는 장르도 다르고 나오는 등장인물도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는 것이 개인의 삶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쓰면 된다. 삶의 이야기를 쓰는 자도 ‘나’고 그 이야기를 편집하는 자도 ‘나’이기 때문에 ‘나’에게 가장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줘야 한다.
오늘도 나를 칭찬한다. “글 쓰느라 고생했다! 오늘 하루도 잘했어! 훌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