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반전(反戰)의 메시지
나는 악보 뭉치를 뒤져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오래돼 변색되고 구겨진 악보 다발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위한 모음곡이었습니다. 첼로만을 위한 곡이라니! 나는 놀라서 그걸 바라보았습니다. 첼로 독주를 위한 여섯 개의 모음곡이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어떤 마술과 신비가 이 언어 속에 숨겨져 있을까? 그런 모음곡이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나는 곧 그 상점에 갔던 목적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오로지 그 악보 한 뭉치만을 들여다보면서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기만 할 뿐이었어요. 그 장면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전혀 흐려지지 않았어요. 지금도 그 악보의 표지를 보면 바다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먼지투성이의 오래된 가게로 다시 돌아가 있는 듯이 느껴집니다. 나는 그 악보가 왕관의 보석이기나 한 것처럼 단단히 움켜쥐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방에 들어가서는 그것을 읽고 또 읽었어요.
저는 수년간 대중 앞에서 첼로를 연주하지 않았지만, 다시 연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군요. 이제 카탈루냐에 전해 내려오는 곡조인 ‘새들의 노래’를 연주해 드리겠습니다. 카탈루냐에서는 새들도 하늘을 날 때 '피스(Peace), 피스(Peace), 피스(Peace)'라고 노래합니다. 이는 바흐, 베토벤, 그리고 모든 위대한 음악가들이 찬미하고 사랑했던 선율입니다. 이 노래는 카탈루냐, 우리 민족의 영혼에서 태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