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0번째 글
보통 품위에 대해 말하면 사람들은 일상의 도덕, 생활 속 예절을 떠올린다. 그러고는 타인에 대한 이해는 한쪽으로 치워버린다. 사실 품위는 이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를 소홀히 여긴다. 키케로는 타인을 향한 모욕을 내려놓는 것이 품위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했다.
우리는 매 순간 그런 결정의 상황에 놓인다. 선한 것과, 선과는 거리가 먼 것. 극히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결정은 지금껏 각자가 살아온 삶의 태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태 인생에서 무엇을 위해 애썼는지는 이때의 결정에서 드러난다.
오늘날 사회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도덕적 규범과 사회 공동체를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측면.
결속과 분열이 이루어지는 한가운데에 중간 세계가 있다. 이 중간 세계에서 개인은 타인과 조율하고 화합하며 성장해간다. 품위가 존재해야 할 곳은 바로 이 영역이다.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은 그가 갈망하는 관심을 거부한 이들을 비난하고 헐뜯기 시작한다. (…)
‘르상티망 ressentiment(원한이나 분노, 질투 등의 감정으로 보통 강자를 향한 약자의 반감 및 증오)’은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흔들며 중독성이 있다. 소셜 미디어는 일종의 반향실로 작용하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한데 모인 반향실에서는 기존의 미디어보다 공감대가 수월하게 형성되며 소리의 울림도 훨씬 크다. 그리하여 한마음을 가진, 같은 음을 가진 이들의 소리는 더욱 강렬해진다.
예컨대 반향실에서 형성된 증오가 정치권을 향해 공격적으로 드러난다면 그 원인은 정치권의 관심 유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전부터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정치권을 향해 관심을 강요하는 일환으로 증오의 감정이 표출되어 반향실 안에서 소리를 거대하게 키운 것이다.
(게오르크 프랑크, ‘관심의 경제학’)
배움의 진짜 의미는 지식에 있지 않다. 타인들을 내 삶의 중심에 놓고 그들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할 자유가 있다는 걸 깨닫는 것, 이것이 진짜 자유이고 진정한 배움이다. 교육에서 실로 중요한 것은 ‘진실과 본질에 깨어 있으려는 자세’이다. 품위 있는 인간이 되려면 먼저 결심을 해야 한다.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을 활용해 자동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붙잡아 돌리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