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건 안 돼, 술술 넘어가는 걸로.
알랙산드로 로스포프는 과학자도 아니고 현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예순넷이라는 나이를 먹은 그는, 인생이란 것은 성큼성큼 나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만큼은 현명했다. 인생은 서서히 펼쳐지는 것이다. 주어진 하나하나의 순간마다 천 번에 걸친 변화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우리의 능력은 흥하다가 이울고, 우리의 경험은 축적되며, 우리의 의견은 -빙하가 녹듯 매우 느리지는 않다 해도 적어도 천천히 점진적으로 -진화한다. 소량의 후추가 스튜를 변화시키듯, 매일매일 벌어지는 사건들이 우리를 변화시킨다.『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서창렬 옮김, 현대문학
나는 콜린에게 로버트와의 일을 얘기하는 상상을 했다. 그가 어떤 얼굴이 될지 상상했고 무슨 말을 할지 마음속으로 연습했다. 그러나 무슨 말을 떠올려 봐도 모든 것이 다 부정확하게 여겨졌다. 나 자신에게조차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를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김이선 역, 문학동네
“생쥐 같아.” 헨리가 새 여직원을 고용했을 때 아내가 말했다. “생긴 게 꼭 생쥐야.”
「약국」,『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권상미 역, 문학동네
나는 닉을 다시 찾아갔다. 전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 내 몸을 그에게 준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내가 가진 것이 있어야 주지 않겠는가? 그가 나를 들여보내 줄 때마다 나는 베푼다는 생각이 들기는커녕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그는 그럴 필요가 없었으므로. 그렇게 하기 위해 나는 무모해졌고, 어리석게 모험을 했다. 그가 이젠 더 이상 들여보내 주지 않겠다고 말할까 봐 두려워하면서. 더 이상 규율을 위반할 수는 없다고, 목숨을 걸고 나를 위해 위험한 짓을 계속할 수 없다고 닉은 언제라도 말할 수 있었다. 아니, 더 이상 흥미가 없다고 말할까 봐 더더욱 두려웠다. 그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관용과 행운으로 여겼다. 그것 보라. 정말 파렴치하다고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김선형 역, 황금가지
타인은 언제나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를 되뇌어야 배신당하지 않는다. 타인을 이해하려면 일단 급하지 않아야 한다.『바닷가 작업실에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김정운, 21세기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