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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Dec 14. 2020

음악이 주는 위로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돈 메클린의 빈센트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든 책 한 권 덕분에 며칠을 풍성하게 보냈다.『나를 위로하는 클래식 이야기』. 음악평론가 진회숙이 쓴 책이다. 요즘은 DVD, 레코드판, CD가 없어도 핸드폰만 있으면 모든 곡을 들을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작곡가와 연주자, 곡의 탄생 배경만으로도 흥미로운데, 곡까지 동시에 들을 수 있다니. 수십 년 쌓은 저자의 내공으로 집필한 책 한 권으로 나는 더듬이며 걸어갈 길을 과외받듯 단시간에 돌아다닐 수 있었다.


책에는 40여 편의 곡이 다섯 개의 주제로 나뉘어 실려 있다. 영혼과 설렘, 상처의 위로, 꿈과 계절. 클래식이 대부분이지만 저자가 소중히 여기는 가곡과 대중가요도 몇 편 있다. 작곡가의 삶과 음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읽다 보니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배경 음악 짙게 깔린.


‘가거라, 그리움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다. 기원전 6세기 바빌론을 통치한 네부카드네자르(느부갓네살)의 이탈리아 발음이 나부코다. 오페라 나부코는 바빌론이 유대를 침공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베르디는 음악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무렵 두 아이와 아내를 잃었다. 발표한 작품도 흥행에 실패했다. 오페라 나부코는 우울했던 시간을 극복하고 다시 작곡 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에 만든 곡이다. 이 시기는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의 압제에 항거하는 애국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나부코는 폭군의 지배 하에서도 민족의식과 신앙심을 잃지 않았던 이탈리아 사람들의 애국심에 불을 댕겼다.


바빌론 강변, 그곳에 앉아
언덕의 버드나무 가지에 수금 걸어놓고
시온을 생각하며 눈물 흘렸노라
우리를 잡아온 사람들이 노래하라 청하였지만
기쁨을 강요하며
“시온의 노래 한 가락 불러 봐.”라고 재촉했지만
우리가 어찌 이방인의 땅에서
여호와의 노래를 부를 수 있으리오.
(시편 137편)


이 시를 바탕으로 보니 엠(Boney M)은 경쾌한 ‘바빌론 강가에서’를 만들었지만  실상 바빌론 강가는 디아스포라의 공간이다.

디아스포라는 특정 민족 집단이 살던 땅을 떠나 타향을 떠도는 현상을 말한다. 유대인들은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함으로 2000년 디아스포라의 삶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그 땅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쫓겨났고, 다른 이름의 디아스포라가 생겼다.


가거라, 그리움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
고향의 절벽과 언덕으로 날아가거라.
가서 요르단 강변과 무너진 시온의 성탑에 안부를 전해다오.
그곳, 고향의 옥토 위로 부는 산들바람은
부드럽고 향기롭구나.
오! 잃어버린 조국.
오! 소중한, 그러나 절망으로 가득한 그 기억들.
우리의 황금빛 하프는 버드나무에 그저 조용히 매달려 있구나.
이제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자.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노래하자.
우리 예루살렘의 운명을 기억하고,
그 슬프고도 잔인한 몰락을 탄식하자.
신이여, 우리가 용기를 갖고 시련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https://youtu.be/ntflUU_xmqY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中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제임스 레바인(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합창),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Starry starry night"

우연히 들은 어떤 음악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것은 체험이 있어서이다. 저자는 오래전 첫사랑의 추억으로 돈 매클린의 '빈센트'를 소환한다.


별이 빛나는 밤에  Starry night)(1889년)



고흐는 아를에서 1888년부터 15개월 정도 머물렀다가 그곳에서 24킬로 정도 떨어진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그곳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를 그렸다.

당시 고흐는 치료 약물로 인해 발작과 환상에 시달렸다고 한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불안정한 시각이 예술적 감각과 어울려 과장된 밤하늘의 풍경을 그렸을 거라고 사람들은 추측한다. 그림이 가장 무르익은 시기였고, 정신은 가장 불안정한 시기였다.



고흐가 마지막에 머물렀던 생레미 생폴 정신병원



2019년 봄, 남프랑스 여행 중에 고흐가 마지막에 머물렀다는 생레미 정신병원에  들렀다. 수도원이었던 건물. 고흐의 방 건너편에 신경 발작을 일으킬 때  환자를 가둬 놓는 목욕탕이 있었다. 자물쇠 달린 나무 덮개가 있는 욕조.


정신 질환에 대한 치료법도 마땅치 않았던 시대여서 발작을 일으키면 얼음물 채운 욕조에 넣고 덮개를 덮어 가두었다 다. 고흐의  창틀에 기대서 정원의 보라색 아이리스를 바라봤다. 복도에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이 걸려 있었다.

  

매클린이 고흐의 삶과 죽음을 회상하며 '빈센트'를 부른다.


https://youtu.be/hQFZBVGnsW4


#『나를 위로한 클래식 이야기』진회숙,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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