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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an 15. 2021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바깥은 영하 13도, 강물에 오리가 놀고 있다



바깥은 영하 13도. 차가운 강물에서 오리가 놀고 있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외출을 못 하니 돈 쓸 일이 없어서 통장에 돈이 쌓이고 있다며 친구가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물었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친구의 말은 묻는 말이라기보다는 함께 겪고 있는 이 어리둥절한 상황에 동의를 구하는 말이라는 게 더 적합하겠다. 그녀의 남편은 일 년 전에 퇴직했기에 나는 그녀를 '연금족'이라 부른다. 그런 나에게 친구는 자기네를 '알바족'이라 불러 달라 한다.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아르바이트할 일자리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친구는 저축하던 돈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으니 생활하기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 연금은 수급 날짜를 연장해도 이백만 원을 넘지 못하니 그나마 개인연금을 넣어놓기를 잘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추억을 되살린다.

-그때 여행 다녀오기를 참으로 잘했지. 요즘 아이들 대학 들어간 엄마들은 이제야 여행할 여건이 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서 안타까워.


지금은 못 가지만, 예전에 여행을 다녀온 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2024년은 되어야 전처럼 여행할 수 있다는데, 그때 우리 몸은 여행하기에 괜찮을까?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전화를 끊고 나니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물음이 계속 떠올랐다.


집에만 있으니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된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만나는 사람이 없어 쓸데없는 수다를 떨지 않으니 말실수가 없다. 그러니 인간관계로 힘들 일이 없다. 한결같이 마음이 평화롭다. 다소 지루하긴 해도.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넓게 펼쳐져 있던 인간관계가 자연스레 정리됐다. 문자만 주고받던 관계는 슬며시 멀어지고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는 친밀한 관계만 남게 됐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바깥을 바라보던 시선이 안을 향하니 가족에 대한 생각이 이전보다 끈끈해졌다. 작은 일에도 관심을 쏟게 된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주변 상황이 좋지 않으니 염려가 늘어 언니, 동생, 친척 간에도 안부전화가 늘고 있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일 년 내 한 번도 찾지 않던 강변 산책로를 매일 걷는다. 산책로에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외출을 못 하니 차려 입을 일이 없어 옷 살 일이 없고, 계절이 지나도 세탁소에 옷 맡길 일이 없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외식이 줄고 소박한 집밥이 대세가 됐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멍 때리고 생각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취향이 비슷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온라인 친구가 늘고 있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브런치의 글을 읽다가 독일에 사는 이가 비트 무스를 좋아한다길래 호기심에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생전 처음 먹어봤다. 비트 무스를.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오일 양을 줄이느라 입자가 거친 비트 무스가 됐다.



좌절과 회의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아니무스가 움직여 포기하지 않고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지난달에 다시 다리를 접질렸다. 손자들 돌보는 2주째가 되자 은근히 무리가 되어선지 다리를 절게 됐다. 결국 친구네 병원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오랜만에 병원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나이가 들어서 한 번 심하게 다친 몸은 절대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다. 차츰 병원과 친해져야 한다는 깨달음이 왔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퇴직을 앞둔 남편은 점차 마음이 축되는 것 같다. 우리는 백세 넘어까지 살게 될지 모른다.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많은 분들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나마 긍정적 마인드로 잠시 웃어보려고 글을 써봤다.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것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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