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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an 16. 2021

자유를 찾아가는 길,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황근하 옮김, 은행나무



1800년대, 미국 조지아 목화 농장의 흑인 노예 코라는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Underground Railroad)를 통해.


1850년 미국에서 도망 노예 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분노한 헤리엇 비쳐 스토우는 1852년 ‘엉클 톰스 캐빈’을 펴낸다. 이 소설은 노예제에 대한 반감과 반 노예주의 행동을 불러일으켜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된다.





1863년 링컨이 노예제를 폐지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흑인들에 대한 린치는 계속되었다.

1876년 마트 트웨인은 흑인과 백인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그린 ‘톰 소여의 모험’을 발표한다. 미시시피 강변에 사는 개구쟁이 소년 톰 소여를 통해 어른들의 허식과 위선을 고발한다.

20세기 들어서는 미국 흑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탄 토니 모리슨의 소설을 빼놓을 수 없다. 소중한 사람들(Beloved)』에서 여인은 자신의 딸을 살해한다. 소설은 흑인 노예의 눈물, 한숨, 절망으로 어우러져 마치 재즈 음악으로 이루어진 한 편의 레퀴엠을 듣는 것 같다.


미국의 노예 제도에 대해 알게 된 건 이런 책들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내가 본 건 드러난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남북 전쟁 후, 65년부터 77년의 미국 재건기가 끝나자 남부는 짐 크로우 법을 도입했다. 이 무렵의 기록이 많이 남아있는 이유는 린치를 가한 백인들이 본인을 애국자로 여겨 자랑스레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일몰이 지나서 돌아다니는 흑인을 보안관 마음대로 처단해도 되는 악명 높은 짐 크로우 법은 1876년 테네시주에서 제정된 이래 남부로 번져가 1965년까지 90년 가까이 존재했다. (영화, '그린북')

1930년대 뉴딜 정책에서 연방 주택국은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실제 노예제도를 제대로 깨닫게 된 건 인터넷에 떠도는 노예 상인들의 배 그림이었다. 사람이 겹겹이 쌓여 통조림처럼 운반되는 그림. 상인들은 아프리카 흑인들을 인간이 아니라 물건, 재화로 여겼다. 고향에서 납치된 노예들은 날마다 저울 위에 올라가 값이 매겨졌다. 260달러, 276달러.




다락방에서 숨어 지내면서 코라는 벽에 뚫린 구멍으로 공원을 내려다본다. 공원의 무대 위, 흑인으로 분장한 백인이 흑인의 걸음걸이와 어설픈 발음을 흉내 내자 마을 주민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코라는 책을 접하고 백인들을 지켜보며 점차 자아가 형성되어간다.


성경을 읽고, 주일예배를 거르지 않는 많은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도망치는 노예들을 그들이 모여 놀던 공원의 나무에 목매달아 죽였다. 흥미로 이런  사진을 찍어 사고파는 이도 있었다.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사진은 인간의 야만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주어져 남용할 수 있는 권리를 자제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로렌스 바이틀러(Lawrence Beitler), 『린치 당한 토머스 쉽과 에이브럼 스미스』, 마리온, 1930년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엉클 톰스 캐빈', ‘톰 소여의 모험’, '소중한 사람들(Beloved)'의 뒤를 잇는 미국 인종주의 흑역사 고발서다.

저자인 콜슨 화이트헤드는 어릴 때 들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땅속 지하 철도로 알고 있었다. 후일 노예해방의 점조직을 비유한 거라는 걸 알았다. 2000년에 이 책을 구상했고, 많은 사료 조사를 거쳐 2016년 펴냈다.




일은 미국의 우생학 운동과 뉴딜 정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1935년 독일은 제국 시민법, 혈통 법으로 구성된 뉘른베르크 법을 공포한다. 1910년 제정된 미국의 'One drop rule'법 ㅡ피 한 방울로 인종을 구별한다 ㅡ은 나치조차 너무 가혹한 잣대라고 했다. (『 히틀러의 모델, 미국』제임스 Q 위트먼, 노시내 옮김, 마티).

가수 머라이어 캐리는 아버지가 흑인 혼혈이어서 본인을 혼혈이라 주장했다가 미국인들의 압박에 휘말려 자기가 흑인이라 말하고서야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느 나라에나 추악한 역사가 있다. 선한 사람, 악한 사람, 갈등하는 사람이 뒤섞여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 플레처, 샘, 로열, 도날드. 이들이 은신처를 만들고, 먹을 것을 준비하며 도망치는 흑인 노예들을 도왔다. 십만 명의 노예가 이들의 도움으로 미국 북부나 캐나다로 탈출했다.


옳다고 여기는 일에 죽음을 무릅쓴 이들, 자유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모험을 감행한 이들. 하지만 모두 의지가 굳건하지는 않았다. 두려움에 떨면서 이 일을 했던 이들도 있다. 코라를 다락방에 숨겨준 마틴, 에설.

현재의 미국, 다양성이 공존하는 나라를 만든 건 이들이었다.


책 읽는 내내 나는 과거의 미국과 현재의 미국이 오버랩됐다. 흑백 갈등은 오늘도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은 선한 이들의 역사로 방향을 잡았다. 속도는 느리고, 갈지자로 휘청이더라도.

그리 여기는 건 버락 오바마 미국 전직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 같은 이가 떠올라서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평단의 많은 찬사를 받았다. 드라마로 방영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라 한다.

문학과 영화, 예술이 일그러진 사회를 고발하고,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게 변화를 촉구한다.



*도망 노예 법: 1793년 제정. 도망 노예의 재판을 금지하고 그를 도와준 이까지 처벌하는 법.

*짐 크로우 법: 1876년 제정.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

*One drop rule: 1910년 제정. 흑인 피가 단 한 방울이라도 있으면 흑인으로 분류하는 인종 구별 법.


#언더그라운드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황근하 옮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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